[그이름 왜?]①간편식 대통령 '비비고', 어떻게 1조원 브랜드 됐나

한식의 세계화 꿈꾸며 내외식 브랜드 동시 론칭
외식 사업 ↓…간편식 국내 성공으로 세계화 박차

편집자주 ...유통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많이 먹고 마시는 젊은이들이 감소한 탓이다. 여기에 업체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심지어 '통일'로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불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브랜드들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이런 브랜드들은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소비자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브랜드들이 있다. 브랜드 이름을 통해 그들의 탄생 과정과 성공 비결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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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이제 대한민국의 식생활에서 가정간편식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어느새 가정간편식 시장은 4조원대로 성장했고 에어프라이어 등 기기의 발달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무섭게 질주하는 가정간편식 시장의 대표 브랜드를 꼽자면 단연 CJ제일제당의 '비비고'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를 합쳐 지난해 비비고가 올린 매출은 8000억원에 달한다. CJ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비비고 브랜드에서만 1조9000억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식의 세계화 꿈꾼 비비고…간편식 대표 브랜드 자리매김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며 탄생한 비비고 브랜드는 원래 외식과 내식을 아우르는 공통 브랜드로 2010년 첫 발을 내디뎠다. 비빔밥에서 유래된 '비빔'의 철학과 영어 'go'를 합친 합성어다. 다른 것을 만나 조화와 균형을 이뤄 한식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초기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시장에서 만두 등 한식 제품을 비비고 브랜드를 달아 판매하고, 국내에서는 CJ푸드빌이 레스토랑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글로벌 사업은 생각만큼 신통치 않았다. 만두 외에 다른 제품군을 확대하지 못했던 CJ제일제당은 2013년 9월 국내에 정식으로 비비고 브랜드를 론칭, 반격의 기회를 만들었다.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거나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는 대표 제품을 집중 육성해 해외시장의 장벽을 넘어 새로운 식문화를 전파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국내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삼아 국내 소비자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은 뒤 글로벌로 진출하면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 해 12월 출시한 '비비고 왕교자'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출시 1년 만인 2014년 매출 300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비비고 왕교자의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이후 비비고 브랜드는 한식반찬, 상온 가정간편식, 일품요리, 국물요리, 김치, 냉동밥 등 한식 전반에 걸쳐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왕교자의 성공이 소비자의 기대치를 높이면서 비비고 브랜드의 품질 향상에 도움을 줬다고 본다. 고품질의 제품이 다시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면서 브랜드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비비고 관계자는 "왕교자의 성공으로 비비고 브랜드에 대한 첫 인상 자체가 긍정적이다보니 후속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다"며 "여기에 실제로 먹었을 때 기대치를 만족시키면서 재구매 의지가 높아진 것이 성장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비비고' 브랜드가 달린 제품은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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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 레스토랑 지는 사이, 가공식품 세계 향해 '훨훨'

비비고 브랜드는 간편식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반면 국내 레스토랑 사업에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 브랜드는 론칭 당시 2015년까지 전세계에 매장 1000개를 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2013년 말 국내 매장이 11개까지 늘었고 중국 베이징과 미국에 추가 출점을 하는 등 해외에서도 덩치를 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외식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고 비빔밥을 대기업이 운영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일면서 사업이 축소됐다. 올해 5월 말 기준 국내 비비고 매장은 인천공항 입국점과 출국점 2개에 불과하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았던 인도네시아와 영국 런던 매장도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철수했다.

그 사이 가공식품의 글로벌 사업은 빠른 속도로 확장됐다. 국내 시장에 론칭하기 전에는 신통치 않았던 만두 수출은 지난해 342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및 해외 만두시장에서의 매출 비중도 2015년 40.9%에서 지난해 53.7%로 12.8%p 늘었다.

CJ제일제당은 국내에서는 '비비고' 이름으로 판매되지 않은 백설 등 타 브랜드의 제품도 수출할 때에는 모두 '비비고' 이름을 달아 선보이고 있다. 비비고를 K-푸드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현재 비비고는 만두, 김, 상온 HMR등 100개 품목을 미국, 베트남, 유럽, 일본, 중국 등 56개국 수출 중이다. 비비고 브랜드 전체 매출 목표는 2020년 1조9000억원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을 글로벌 시장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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