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불황에도 '솔타시' 인기는 고공행진…컨템포러리 전성시대
트렌디+극모던, 준명품 포지션…'퓨트로'로 진화
남녀 불문, 중년부터 Z세대까지 소비층 확대
- 김영신 기자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트렌디·모던·시크한 감성을 모두 담은, 세일을 하지 않는, 비싼…
이른바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다. 불황을 맞은 패션업계에서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유독 가파르다. 소비시장의 신(新)권력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태생)와 Z세대(1995년 이후 태생)까지 컨템포러리의 주 소비층으로 들어오면서 시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템포러리(contemporary)는 '동시대의·현대의'라는 의미로, 원래는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오래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해 젊은 감성을 가미해서 만든 세컨드 브랜드를 지칭했다. 명품 못지 않은 고급스러운 소재와 디자인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은 명품보다는 낮은 게 특징이다.
수입 브랜드들이 많긴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국내 회사들도 일제히 컨템포러리에 뛰어들며 시장이 커지고 있다. 남성 브랜드 중 솔리드 옴므, 타임 옴므, 시스템 옴므의 앞글자를 딴 '솔타시'라는 새로운 패션 용어를 창출했을 정도다. 타임(TIME), 마인(MINE), 시스템(SYSTEM), 띠어리(THEORY), 구호(KUHO), DKNY, 질스튜어트뉴욕, 랑방컬렉션, 클럽모나코 등이 대표적인 컨템포러리 브랜드다.
◇컨템포러리 실적 고공행진…백화점 매출 이끄는 효자로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인기는 타임, 마인 등을 운영하는 패션기업 한섬의 실적에 그대로 나타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992억원과 9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5.8%와 67.3% 늘어난 것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339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성장했다.
패션업계의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양상은 비싼 명품 아니면 저렴한 스파(SPA) 브랜드로 양극화하고 있다. 그 사이에 낀 소위 '애매한' 브랜드들은 줄줄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데 컨템포러리만 선방을 넘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컨템포러리 하이(High)패션과 스파 브랜드 사이에 모호하게 낀 신진 디자이너의 옷이라는 편견이 한 때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에 패션 시장의 주요한 축으로 공고히 자리매김 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매출 상승을 이끄는 '효자'가 아닐 수 없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컨템포러리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일제히 10%대로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 1~4월 컨템포러리 매출 신장률이 17.8%(여성 7.7%·남성 2.4%)로 가장 높았다. 현대백화점은 여성 10.1%·남성 8.4%, 롯데백화점도 여성 9.7%·남성 11%를 기록했다.
여성·남성 가릴 것 없이 컨템포러리 브랜드 매출이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보니 백화점들은 컨템포러리 전용 층이나 편집 매장을 두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일을 거의 하지 않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을 한 데 모아서 할인을 하는 백화점 기획전을 선보이기도 한다.
◇옷 좀 입는다는 중년부터 Z세대까지…가성비·가심비 모두 저격패션업계에서는 이같은 컨템포러리의 인기의 배경으로 소비층 확대를 꼽는다. 백화점 매출 증가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선 남성 컨템포러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하면서 패션에 상당한 투자를 하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남성 컨템포러리 시장을 형성했다.
컨템포러리를 소비하는 연령층도 낮아지는 추세다. 티셔츠 한 장에 기본 20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가격 탓에 경제력이 상당하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30대~50대가 명품 대체용으로 찾는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밀레니얼 세대, Z세대가 명품 브랜드까지 좌지우지 할 정도로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20대 학생들까지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한류를 즐기는 외국인도 사로잡았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심플하고 세련된 컨템포러리 룩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노동절 기간 신세계백화점을 찾았던 중국인(유커)의 소비를 분석한 결과, 여성 컨템포러리 매출이 90.6%나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인기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패션업계는 전망한다. 그때그때 유행을 어느 정도 반영하면서도 극히 모던한 기본 스타일을 유지하며 '퓨트로'(퓨처+레트로)라는 새로운 장르를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이 선도,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군가에게는 명품을 대체하는 가성비 아이템, 누군가에게는 사치를 부리는 가심비 아이템이 컨템포러리"라며 "특히 브랜드마다 특유의 정체성이 뚜렷해서, 자기 만족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소비층으로 확대하며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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