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사료 소분엔 청결이 생명"…내추럴발란스코리아 공장 가보니

위생복 착용 '기본' 점검 목록 '촘촘'…'오염물질 원천차단'
'사료 리팩 미표기·유통기한' 문제 "진심으로 사죄, 개선할 것"

2층에서 1층으로 바로 연결되는 기계를 통해 사료가 내려오면 바로 소분 포장지에 담긴다. ⓒ 뉴스1

(경기=뉴스1) 이기림 김연수 기자 = "사료를 소분할 땐 청결이 제일 중요합니다. 회사 임직원 모두가 청결을 목숨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의지가 시설에도 반영됐죠. 공기가 들어가서 산패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윤성창 내추럴발란스코리아 부사장의 설명이다. 소분이라는 개념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겐 익숙한 단어다. 대용량으로 포장된 제품을 소용량으로 나눠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대용량 포장이 흔한 외국사료를 사용하는 경우 수입업체나 개인들이 소분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일 방문한 내추럴발란스 공장(경기 광주시 도척면)에서도 소분 작업이 한창이었다. 내추럴발란스는 미국에 본사가 있는 회사로 사료(개 11·13㎏, 고양이 6.8㎏)를 수입해 소용량(1·3·6㎏대)로 소분해 판매하고 있다. 한달에 들어오는 사료량은 최소 200톤 이상이다.

일부 보호자들은 포장지를 뜯으면 공기와 접촉이 이뤄지고 이에 따른 산화로 사료 유통기한이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한다. 물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포장재질에 따라 뜯지 않아도 공기가 들어갈 수 있고 소분 과정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정부도 사료관리법에서 소분을 허용하고 있고, 유통기한도 원포장지 적힌 그대로 표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분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걸까. 공장 직원을 따라 건물 안에 들어가자 자동포장기계 2대가 설치된 소분 공간이 눈에 띈다. 이 기계는 일반식품용으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소분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2인 1조로 1, 2층에 나뉘어 있었다. 우선 2층에 있는 직원들은 수입해온 원 사료의 포장 윗부분을 칼로 찢었다. 그리곤 사료 알갱이 모양과 색 등을 보고나서 기계 안에 쏟았다. 기계 안에 들어간 사료도 다시 보며 문제가 있는지 확인했다. 내추럴발란스코리아 관계자는 "혹시 모를 문제를 막기 위해 매번 입고된 상품들을 샘플화해 보관하고, 하나하나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기계로 들어간 사료들은 자동으로 분류돼 1층에 있는 소량 포장지로 들어갔다. 기계 사이로 오염물질이 들어갈 수 없게 차단유리 등으로 막아놓기도 했다. 혹시라도 모를 이물질 유입을 원천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이상이 없는 제품들은 소분하는 기계에 넣어 1층으로 연결된 소량용 포장지에 바로 담기게 된다. 노선이 길지 않기 때문에 오염 물질과 접촉될 가능성이 적다. ⓒ 뉴스1

직원들은 전부 위생복과 장갑, 모자,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있었다. 기계로 들어가는 공간 곳곳에는 위생 점검 목록 등이 붙어있고,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도 구비돼 있었다. 또한 기계가 위치한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는 먼지 등 외부오염물질을 막기 위한 공조시스템도 마련돼 있었다. 문틈으로 손을 대니 차가운 바람이 문밖으로 새어나왔다. 포장지에 한글스티커 부착 작업을 하는 공간에서도 직원들은 위생복 등을 착용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특히 내추럴발란스코리아는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생산물보상책임보험을 10년 넘게 가입하고 있다. 사료 수요가 있을 때마다 소분해 많은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산화' 작용을 최소화하려고도 노력하고 있다. 또한 미국 본사에서 사용되는 포장지의 경우 얇은데다 지퍼도 없다는 판단에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더 나은 포장을 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내추럴발란스코리아에 입고된 사료는 입고날짜와 유통기한, 제품명, 현재 상태 등을 적어 실제 사료와 함께 샘플화해 보관하고 있다. ⓒ 뉴스1

다만 내추럴발란스코리아는 최근 발생한 '리팩'(재포장) 문제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사료관리법상 사료를 소분해 재포장할 경우 재포장내용을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내추럴발란스측은 올해부터 표기를 시작해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이전부터 표기를 준비해왔지만 내부사정상 표기가 늦어졌다"며 "확실히 잘못한 것으로, 이런 문제로 소비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열린 펫박람회에서 발생한 '유통기한 임박 사료 판매 및 기한이 지난 사료샘플 증정' 문제에 대해서도 사과의 말을 이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내추럴발란스측은 이번 행사에서 부스를 찾은 고객들에게 유통기한이 임박한 사료를 싸게 판매했다. 또한 한 고객에게 유통기한 지난 사료 샘플을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내추럴발란스코리아측은 "유통기한 임박사료 판매의 경우 고객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며 "모든 건 자신들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이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짧게 남은 사료를 자사 봉사단체인 '블루엔젤' 이름으로 할인해서 소비자들에겐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수익은 불우한 유기동물이 사는 보호소 등에 기부하기 위한 행사라고 고지를 했다"면서도 "정상적으로 먹일 경우 유통기한 내 소진할 수 있는 사료이긴 하나 구매 직전까지 모든 소비자들에게 한 번 더 고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자사홈페이지에도 해명글을 게시하고 행사에서 구입한 제품에 대해서는 교환 또는 환불 조치하기로 했다.

유통기한 지난 사료샘플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 행사에서 사용된 샘플이 포함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무슨 일이든 저희의 부족함 때문에 상처를 받은 소비자들에게 적극 사과하고 조치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다시금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적극 대처하고 개선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생민 내추럴발란스코리아 회장은 "이번 문제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해 정말 사죄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손해 보는 한이 있더라도, 늦게 성장하는 한이 있더라도 소비자들에게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계속 점검하고 보완해 가겠다"고 말했다.

lgi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