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물류센터 '막바지' 택배전쟁中…뒤엉킨 차량 '조마조마'

"공간 협소해 차량과 사람 엉켜, 위험"…고객갑질 등 호소
"여자라서 택배일 어렵다는 건 '편견'" "생각보다 쉬워"

3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남권물류단지에서 한 작업자가 비규격 상품을 수작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 뉴스1/정혜민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차량들 왔다 갔다 하는 거 보셨죠? 괜찮겠어요?"

지난 3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서울동남권물류단지에서 택배 분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김지훈(가명·29)씨는 '물류센터가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가 찬다는 듯 되물었다.

전날 저녁부터 시작한 상하차 작업이 마무리되는 오전 6시쯤에도 트럭과 트레일러가 분주히 터미널을 오갔다. 안전요원의 역할을 겸하는 '반장'들이 각 구역을 지키고 있었지만 일부 트럭들은 터미널 안에서 질주하기도 했다.

서울동남권물류단지는 전국 물류단지 중에서도 넓은 축에 속했지만 차량이 진입하는 공간과 작업 공간 사이의 간격이 좁아 차량과 작업자들이 한데 엉키는 모습이었다. 곳곳에 주차된 트럭과 트레일러가 시야를 가리고 있어 어디서 차량이 달려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절로 신경이 곤두섰다.

이 외에도 물류단지 현장에서는 택배기사들이 △택배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수료 인하 △법정 근로시간 미준수 △고객 갑질 등의 문제를 호소했다.

서울동남권물류단지(서울복합물류)는 서울시 물동량의 35%를 차지하는 물류 핵심 거점으로 서울 시내에 위치한 유일한 물류 허브다. 명절을 앞둔 성수기 기준으로 하루에 차량 400대가 오가고 약 660명이 일하며 100만개에 육박하는 물동량을 처리한다.

3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남권물류단지 터미널 안에서 한 트레일러가 후진하며 작업 공간에 들어오고 있다. ⓒ 뉴스1/정혜민 기자

◇"협소한 공간에 차량·사람 엉켜" 불안…낮은 수수료·갑질 '힘들어'

동이 트지 않은 어둑어둑한 시간에도 물류단지에서는 택배상자를 분류하거나 트럭에 싣고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쌀쌀한 날씨에 모두 꽁꽁 싸맨 모습이었다.

택배업체 직원은 "명절에는 평소보다 30~40% 물량이 늘어나는 데다 특히 무거운 선물세트가 많아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며 "아르바이트 직원을 투입해 자주 교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청업체 소속의 김 씨는 "공간이 너무 협소하니까 (차량과 사람이 한데 엉키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추우니까 대부분 저같이 (외투에 달린) 모자를 쓰고 있잖아요. 차가 오는지, 소리가 더 안 들리죠"라고 말했다.

이어 "컨베이어 기계가 멈추면 안전장비 없이 기계 위에 걸어 올라가서 물건을 가져와야 하는 점도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오전 7시가 되니 차량이 더 많아졌고 마치 차량에 포위되는 느낌이 들었다. 트레일러가 후진하며 작업 공간에 들어왔지만 이를 따로 살피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서울동남권물류센터는 밝고 환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는 어두운 조명이 문제로 지목됐었다.

물류센터에 위치한 택배업체의 직원은 "매일 작업 시작 전에 10~15분씩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등 안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CCTV를 통해 상시 감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동남권물류단지를 운영하는 서울복합물류 관계자는 "감리를 받아 기준에 맞게 설계했다"며 "택배업체들의 문제제기가 있다면 협업해 시설을 개선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불만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테트리스'하듯 한창 트럭에 택배를 켜켜이 올리던 최준석씨(가명·42)는 "다른건 제쳐두고라도 (택배기사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안 올라서 힘들다"며 "워낙 업체 간 경쟁이 심해서 떨어지면 떨어졌지 오르진 않는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제는 택배 문화가 많이 정착돼 고객 갑질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한 아파트 단지는 8시 이후에는 택배 차량이 못 들어가게 막아서 요즘같이 바쁜 때에 동선을 짜는 데 불편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택배기사 박석현씨(가명·35)는 "택배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됐는데 진상 고객도 많고 특히 지금은 명절 때라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음식 배달을 했었다는 그는 "배달 중 가장 힘든 게 택배라고 들었는데 오토바이보다 쉽고 돈벌이도 낫다"며 웃었다.

3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남권물류단지 터미널 안에서 한 택배기사가 트럭에 물건을 싣고 있다. ⓒ 뉴스1/정혜민 기자

◇"여자라서 택배일 어려워? 그건 '편견'"…여성 택배기사도

이곳에서는 여성 택배기사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진숙씨(가명·53·여)는 혼자서도 거뜬히 자신의 트럭으로 물건을 날랐다.

원래는 30년 가까이 학원 강사로 일을 했다는 이 씨는 지난해 4월부터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남동생이 택배를 했고 이 씨 자신도 체력에 자신 있었던 덕분에 거칠기로 유명한 택배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살던 지역을 담당하던 택배기사가 여성이었던 덕분에 "여자분들도 하는구나, 나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여자라서 택배 일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남성에 비해) 힘(근력)이 부족하다는 점 빼고는 딱히 (여성이 하기)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 체력적으로 남성보다 약하다는 것도 편견, (여성이) 남성보다 더 꼼꼼하게 일할 것이라는 것도 편견"이라며 "여자보다 더 꼼꼼한 남자분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씨는 "경비아저씨들은 남성 택배기사들에게는 텃세도 부리고 싸우기도 하는데 여성 기사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고 열심히 한다고 더 이뻐하기도 한다"면서 "또 여성 고객들은 요즘 택배기사들한테 문을 안 열어주기도 하는데 여성 택배기사에게는 거부감 없이 민소매 차림에도 문을 열어준다"며 여성 택배기사로서의 장점을 설명했다.

나이에 비해 스무 살은 더 어려 보일 정도로 이 씨는 동안이었다. 이 씨는 "택배 일을 하면서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욕심을 내서 작업량을 늘리지 않고 자기 체력에 맞추기만 하면 건강한 일"이라며 "택배 일을 추천한다"고 했다.

3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남권물류단지 터미널에 쌓여있는 선물세트를 분류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나르고 있다. ⓒ 뉴스1/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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