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패딩의 계절…'명품' 헝가리 구스다운, '짝퉁' 주의보
헝가리 1위 '나투르텍스' 부사장 "너무 싸다면 의심"
"싼 중국산 섞어 교묘하게 '둔갑'…헝가리 구스 명성 '이용'"
- 정혜민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헝가리 구스 다운이 유명하다 보니 업체들이 헝가리산이 아닌 제품을 속여 팔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헝가리산 구스'라며 유통되는 양은 실제 헝가리에서 생산되는 것의 10배가 넘어요"
지난 21일 서울 남대문 인근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발라슈 갤러드 나투르텍스 부사장의 증언이다. '나투르텍스'는 구스 다운(충전재)이 유명한 헝가리에서도 구스 다운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는 선두 업체다.
나투르텍스는 세계 45개국에 구스 다운 및 완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 뿐만 아니라 국내 이마트와 K2, 아이더도 나투르텍스의 구스 다운을 이용한다.
갤러드 부사장은 헝가리산 구스 다운은 리커창 중국 총리도 '헝가리 구스 다운이 특별한 이유'를 물어볼 정도로 '명품'으로 브랜드화 됐다고 자랑했다.
◇"헝가리 구스 명성 이용한 짝퉁 속출…싸다면 의심해야"
갤러드 부사장은 구스 다운 시장이 혼탁됐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헝가리산 구스 다운이 그 자체로 명성이 높다 보니 중국산 구스 다운이 헝가리산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업체들이 헝가리 구스의 명성을 이용하기 위해 헝가리산이 아닌 제품을 헝가리 구스라고 속여서 판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등지의 구스 다운은 정교한 방식으로 헝가리산 구스 다운으로 둔갑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헝가리산 구스다운 1톤을 중국산 구스다운 20톤에 섞어 만든 구스다운 21톤을 모두 헝가리산이라고 속이는 식이다.
이런 방법이 가능한 이유는 구스 다운을 납품받는 패션 브랜드 업체들이 구스 다운의 원산지를 꼼꼼하게 따지지 않아서다. 저렴한 가격에 '헝가리산 구스'라는 이름표가 달린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업체도 없지 않다. 물론 다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패션 브랜드 업체도 많다.
"가짜 헝가리 구스다운이 들어간 제품을 판 패션 브랜드 업체들도 책임이 있다"고 갤러드 부사장이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어 "헝가리산 구스 다운을 넣었을 때랑 가짜 헝가리산 구스다운을 넣었을 때 제품에 차이점이 확실히 보인다"면서 "헝가리산 구스다운을 너무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 (패션 브랜드사들이) 의심을 하는게 당연하지만 일부 패션 브랜드사는 이익률을 높이고 싶은 마음에 품질 검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갤러드 부사장은 "캐나다 구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며 "캐나다에 서식하는 거위 수가 많지 않은데 엄청나게 많은 캐나다 구스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4년 전 한국에서는 캐나다구스 등 고가 수입 패션 브랜드의 패딩 재킷의 충전재가 대부분 중국산 오리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추운 지역인 캐나다에 사는 거위의 털은 따뜻할 것이라는 인식을 이용한 이름 짓기다.
최근 러시아 구스 다운, 시베리아 구스 다운 등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제품도 마찬가지다. 갤러드 부사장은 "시베리아 등지는 거위가 살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라며 "거위가 어떻게 영하 30~40도에서 살아남겠나"라며 반문했다.
◇헝가리산이 뛰어난 이유?…방목해서 키운 거위의 털을 온천수로 세척
갤러드 부사장은 "헝가리산 구스 다운이 타 국가에서 생산한 구스 다운에 비해 더 따뜻하고 청결하다"고 자랑했다.
헝가리 거위는 유전적으로 중국 거위에 비해 크기가 2~3배 크다. 또 중국은 6~8주 된 거위를 잡아 깃털을 채취하지만 헝가리는 보통 3~5개월된 거위를 이용한다. 거위 털은 크기가 클 수록 더 많은 공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보온성이 더 뛰어나다. 방목하는 사육 방식도 헝가리산 구스 품질을 높이는 요인이다.
온천이 유명한 헝가리의 지역적 특징도 품질 좋은 구스 다운을 만드는데 유리한 조건이다. 나투르텍스의 구스 다운은 32˚C 온천수에서 세척한 후 135˚C로 열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든 구스 다운은 박테리아와 미생물이 효과적으로 제거돼 위생적이다.
나투르텍스는 헝가리 생산을 고집하며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갤러드 부사장은 "헝가리에서 생산하면 확실하게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며 "헝가리산 구스 다운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것보다 오래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구스 다운 시장에 대해 갤러드 부사장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겨울에 -15도까지 떨어지는 한국은 구스 다운(충전재)과 구스 다운 완제품, 둘 모두에서 시장 규모가 매우 크다"며 세계 상위 5위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시장의 잠재력도 크게 기대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5~6년 전부터 다운 패딩 및 다운 베딩(침구) 트렌드가 활성화 됐다"며 "최근 한국 고객들이 가격 외에도 품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나투르텍스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100대 가족기업 중 하나다. 1989년 아버지가 세운 나투르텍스에서 글로벌 총괄로 일하는 그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다른 일을 할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갤러드 부사장은 "헝가리에는 좋은 가족기업이 많고 아버지에서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가족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는 만큼 더 좋은 브랜드로 키워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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