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슈퍼+창고형 할인점 '홈플러스 스페셜' 서울 1호점 가보니…
유통 최대 격전지 '목동'에…탁 트인 공간, 대용량·차별화 상품 '풍성'
'카트 충돌' 방지, 매대 간격 최대 22% 넓혀… 쾌적 쇼핑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변화하는 대내·외 유통 환경 속에서 고객이 감동하도록 진정한 가치와 우수함으로 다가가겠다."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 창고형 할인점까지 몰려있어 '유통의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홈플러스가 이곳에 임일순 사장의 야심작 '홈플러스 스페셜'(Homeplus Special) 서울 1호점을 열었다. 대구와 서부산점에 이은 3호점이기도 하다.
임일순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객 만족을 위한 각오와 집념을 홈플러스 스페셜에 담았다"며 이같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선보인 대구점과 서부산점의 매출이 113% 늘고, 고객들도 만족도를 표하면서 스페셜 매장의 성공 가능성이 보인 덕이다.
◇임일순 사장의 유통실험 '홈플러스 스페셜' 서울 1호점…"탁 트인 쇼핑 공간"
임 사장의 유통실험인 홈플러스 스페셜은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 번에 고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ybrid Discount Store)다. 꼭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는 1인 가구 뿐만 아니라 박스 단위의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 고객까지도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 외벽에 새 BI를 입힌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은 기존 대형마트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실내는 전혀 딴판이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 매장 입구에 들어선 순간 기존 대형마트 달리 탁 트인 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매대 사이 좌우 공간이 넓어진 데다, 물건을 높이 쌓지 않아 매대 위까지 트여있어 기존 대형마트보다 훨씬 넓어진 느낌이다. 창고형 할인점만큼 넓으면서도 매대별 높이는 기존의 대형마트 수준으로, 꼭대기에 있는 물건도 쉽게 집을 수 있었다.
매장을 안내한 김웅 상품부문장 전무는 "스페셜 매장의 매대 간 간격은 기존 홈플러스 매장보다 많게는 22%까지 늘려 대형 쇼핑카트가 서로 엇갈려도 부딪치지 않게끔 고객들의 쇼핑 공간을 확보했다"며 "매장을 찾은 고객들도 넓어진 동선에 크게 만족한다는 반응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실제 매대 앞에서 카트를 세우고 오랫동안 고민해도 다른 쇼핑객의 카트와 부딪칠 염려가 없어 보였다.
쇼핑 동선이 넓어지면서, 매대 면적은 다소 줄었다. 판매 상품 종류도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을 중심으로 기존 2만2000여 종에서 1만7000여 종으로 줄였다.
김 전무는 "자신 있게 내놓는 대표상품과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베스트셀링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다 보니 상품 종류가 줄었지만 오히려 필요한 상품을 고르기 수월해져 고객들의 쇼핑 편의는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각 매대 상단에는 기존의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었던 소용량 낱개 포장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고, 매대 하단에는 초가성비의 대용량 상품이나 오직 홈플러스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들이 진열돼있었다.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이는 차별화 상품 수는 2400여 종에 달한다.
이 같은 진열 방식은 홈플러스가 지난해 주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FGI(표적집단면접) 결과에 따른 것이다.
오직 대용량 상품만을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 담겨있는 신선식품 구매를 꺼려 창고형 할인점에서 쇼핑한 후에도 간단한 찬거리를 사러 별도로 집 앞 대형마트를 찾는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창고형 할인점이 가진 가성비 대용량 상품을 갖추면서도 1~2인 가구나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소비할 만한 적정량의 상품 구색을 함께 진열했다는 평이다.
김 전무는 "홈플러스 스페셜에서는 허리를 숙이면 가격이 저렴해진다"며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이 많아 고객들이 굳이 멀리 있는 창고형 할인점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진열 횟수 10분의 1로…"직원들도 만족"
매장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주류코너에서는 330여종의 세계맥주와 170여종의 와인이 고급스럽게 진열돼있다. 모두 홈플러스가 소싱에 강점을 가진 상품들인 만큼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독 판매 상품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주류매대 옆에는 생수와 대용량 휴지 등이 팔레트 위에 진열돼 있었다. 다른 상품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생수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대용량 휴지처럼 부피가 큰 상품의 경우에는 고객들이 팔레트 내 상품을 모두 구입해 소진될 때까지 추가 진열을 자제한다.
기존 대형마트에서는 매대에 진열된 상품이 조금만 비어도 점포 직원들이 상품을 채워 넣는 속칭 '까대기' 작업을 수시로 진행해 왔다.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에서는 이런 업무를 대폭 줄이고, 대부분 상품을 박스 단위 진열(RRP) 또는 팔레트 진열 방식으로 바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창고와 매장을 오가며 4만~5만개 상품을 진열하던 작업 부담이 많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와 델리·수산·축산 매대는 일반 고객들에게도 매장에서 직원들이 빵을 만들고, 수·축산물을 가공·포장하는 모습이 보일 수 있도록 오픈형으로 새 단장했다.
축산과 수산 역시 기존 대면판매 방식을 사전포장(Pre-Package) 방식으로 바꿨다. 직원들이 수시로 생선을 잘라주거나 삼겹살을 포장해주는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패션코너에서는 옷걸이 상단에 걸려있는 사이즈 표시를 모두 떼어놨다. 직원들이 사이즈별로 분류해서 각 사이즈마다 일정 물량만큼의 수량을 유지하며 진열하는 부담을 덜었다는 평이다. 창고에 별도의 재고를 보관하지 않고 각 사이즈별로 모든 재고가 매장 내에 비치돼있기 때문에 특정 인기 사이즈가 일찍 동이 나 직원에게 창고 상품을 꺼내 달라고 요구할 일이 없어졌다.
김 전무는 "지난달 말에 먼저 오픈한 홈플러스 스페셜 대구점과 서부산점 보다 심플해진 운영방식으로 인해 직원 만족도가 좋았다"며 "더욱 넓어진 동선과 효율성이 강조된 진열방식이 직원들의 피로도를 덜고, 나아가서는 '워라밸'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통 격전지 목동, 홈플러스의 자신감
홈플러스가 서울 스페셜 매장 1호점을 목동에 낸 것은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사실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은 치열했던 ‘'한국 대형마트 시장의 산 역사'기도 하다. 1996년 한국에 진출한 까르푸가 처음 문을 열었고, 2006년 이랜드에 인수돼 홈에버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2008년에는 테스코 시대의 홈플러스가 됐고, 2015년에는 독자적 로컬기업으로서 새 출발했다.
목동 인근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창고형 할인점이 몰려있어 일부 우려가 있지만, 홈플러스는 '하이브리드 점포'라면 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은 기존의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양평점'과 직선거리로 불과 1.6km, 롯데마트의 '빅마켓 영등포점'과는 약 2.7km 떨어져 있다. 바로 옆에는 현대백화점도 있다.
홈플러스는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유통포맷이 대형마트도, 창고형 할인점도 아니라고 봤다. 기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는 도매가 수준의 대용량 상품이 없고,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1~2인 가구나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신선하게 소비할 만한 적정량의 신선식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건 홈플러스 스페셜밖에 없다는 것.
김 전무는 "쾌적한 쇼핑 환경을 조성하고 1~2인 가구의 핵가족이 찾는 소용량 상품부터 가성비 높은 대용량과 차별화 상품까지 갖춰놓은 만큼, 대용량 상품만 판매하는 인근의 창고형 할인점과 경쟁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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