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食문화①]그 많던 빕스·아웃백은 어디로 갔을까?
줄 서서 입장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주요 상권서 줄줄 철수
식문화 변화로 수익성 악화…HMR 등 돌파구 마련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조현주씨(가명·32)는 오랜만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빕스' 여의도점을 찾았으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 조씨를 맞이한 것은 영업을 종료했다는 안내 문구뿐이었다. 조씨는 "주변에 갈 곳이야 많지만 나름 추억이 있는 곳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 '특별한 날' 외식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수익성 악화로 매장 통폐합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특별한 날 기분을 내기 위해 가는 곳'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여기에 임대료 상승 등으로 수익성까지 더 나빠지면서 문을 닫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급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편의점에서 싸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거나 특별한 날에는 호텔처럼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곳을 찾는 등 소비 패턴의 양극화가 결정타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1세대 패밀리레스토랑인 CJ푸드빌의 '빕스'는 2000년 3개 매장에서 시작해 서서히 매장수가 증가하다 2005년 41개에서 2006년 67개, 2007년 78개로 급증했다. 그러나 2008년 70여개 수준을 유지하다 2012년 84개, 2013년 90개, 2015년 92개로 매장 수가 다시 늘어났지만 2016년 86개, 지난해 81개로 감소했다.
실제로 패밀리 레스토랑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빕스 여의도점이 지난 3월21일 문을 닫은 데 이어 강동점, 순천점도 3월31일 폐업했다. 7월 현재 빕스의 매장 수는 75개다.
아웃백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8년 매장 수가 100개를 돌파했고 2013년에는 108개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74개로 뚝 떨어졌다. 최근에는 80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급속도로 성장했던 이랜드의 '애슐리' 역시 2012년 120개에서 2013년 141개, 2014년 155개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2015년 140개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117개까지 줄었다. 현재는 110개 수준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고전하자 대안으로 내세웠던 한식 뷔페도 사정은 비슷하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2014년 7개에서 2015년 33개, 지난해 54개로 매장 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지금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랜드의 '자연별곡'도 2014년 20개에서 2015년 49개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46개, 현재 43개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햄버거, 피자 등 프랜차이즈 업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맥도날드 매장 수는 2012년 290여개에서 2013년 340여개, 2014년 390여개로 늘어 2015년 430여개가 됐다. 지난해 440여개까지 늘었으나 현재는 420개로 줄어든 상태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2016년과 지난해 각각 22개, 7개 매장이 문을 닫았지만 2016년 24개, 지난해 18개 매장이 신규 개장하며 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의 경우 20년 동안 제자리를 지켰던 신촌점을 비롯해 강남점, 종로 관훈점 등 20개 매장이 대거 폐점했다. 신규 개장한 매장은 1개뿐이다.
피자 프랜차이즈의 경우 피자헛은 2016년 말 332개에서 지난해 말 321개로, 미스터피자는 2016년 390개에서 지난해 339개, 올해 현재 320개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 각종 비용 상승·소비 트렌드 변화…돌파구 마련 '고심'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임대료와 재료비, 인건비가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를 찾는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삼겹살 등 한식 위주의 외식이 아닌 색다른 메뉴, 특히 서양식을 원할 때 이들 매장을 찾았다. 그런데 맞벌이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외식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자 다양한 콘셉트의 외식업체가 속속 등장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 업체가 팔던 스테이크와 파스타, 피자 등의 메뉴를 특화한 음식점이 많아지면서 이들 업체는 더이상 '특별한' 곳이 아닌 '수많은 음식점 중 하나'가 됐다. 버거 역시 1만원이 넘는 고급 버거나 아예 편의점에서 파는 저렴한 가격의 버거로 소비 패턴이 양극화되며 할인하지 않으면 외면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주 고객층인 '자녀를 가진 가족' 자체가 감소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같은 몇만원의 가격대라면 외식이 아닌 간편식이나 배달을 선호하게 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는 상권이 겹치는 매장을 정리하고 타깃층을 특정해 가격이나 메뉴를 축소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빕스는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여전히 패밀리 레스토랑을 선호하고 있다고 판단, 어린이 전용 샐러드바인 '웰컴키즈존(Welcome Kids Zone)'을 만들어 어른과 아이가 모두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집에서 간편하게 식사하려는 소비자들을 위해 포장할 수 있는 간편식(HMR) '투고(To-Go)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였다.
애슐리는 양재, 노원, 중계 등 상권이 중복되는 매장을 통폐합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또 시즌메뉴 등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메뉴를 1년에 6~7회 출시하며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싸게 많이 먹고 싶어하는 1020세대와 남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애슐리 클래식의 경우 평일은 하루종일 9900원의 가격을 유지하는 등 '가성비'에서 답을 찾고 있다.
2016년 7월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된 아웃백은 스테이크를 주력으로 내세워 메뉴 수를 늘리고 가격대를 2만~10만원대까지 범위를 넓혔다. 버거와 피자는 매장에서 할인 이벤트를 하는 동시에 배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시장 전체가 어렵고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의 상승세가 꺾인 것도 오래된 이슈"라면서 "특히 자리를 차지하는 '좌석 베이스' 장사는 영업이익이 오르기 힘든 구조다. 외식사업 전체의 트렌드를 읽고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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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의 외식 문화가 격변기에 접어들고 있다. 높아진 소득 수준과 웰빙 열풍, 여기에 1인 가구 증가까지 더해진 탓이다. 과거 외식의 대명사는 단연 짜장면이었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데다 싫어하는 사람도 잘 없다. 가족모임 때 단골 메뉴로 선정되는 이유다. 이후 햄버거와 피자, 치킨 등 프랜차이즈가 왕좌를 물려받았다. 소득 증가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이 각광을 받았지만 이미 전성기가 지난 모습이다. 한국의 외식 문화가 어떻게,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를 한번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