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간접흡연②]한 갑당 3300원이 세금인데…흡연부스·금연정책엔 '찔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지출 중 4.4%만 금연정책에 사용
"건강증진기금, 금연관련 부분 비중 확대해야"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흡연자들은 담배 한 갑(4500원)을 살 때마다 3318원을 세금으로 낸다. 한 갑으로 치면 큰돈은 아니지만, 연간 모인 돈은 11조원을 웃돈다.
정부가 담뱃세를 걷어가는 명분 중 하나는 국민건강증진이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금연을 돕겠다는 것. 그러나 실제 사용처는 금연사업과 거리가 멀다. 금연교육이나 흡연부스 설치 등에 사용한 예산은 4.4%에 불과하다.
◇연간 담뱃세 11조2천억원…금연사업 예산은 1470억원 '찔끔'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담뱃세로 거둬들인 돈은 11조2000억원에 달한다. 궐련형 담배에서 11조원,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2000억원의 세수를 거뒀다.
2015년 1월 1일부터 한 갑당 담뱃세를 1550원에서 3318원으로 2배 이상 올린 이후 매년 10조원 이상이 걷혔다. 2015년에는 10조5000억원, 2016년에는 1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담뱃세 중 4분의 1가량을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사용처를 명시했다. 3318원 중 841원이 국민건강증진기금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금연교육 및 광고, 흡연피해 예방 및 흡연피해자 지원 등 국민건강관리사업 등에 사용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기금 사용 용도는 △금연교육 및 광고 △흡연피해 예방 △흡연피해자 지원 등이다.
그러나 막상 건강증진기금의 예산사용처를 보면 금연예산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담뱃값 인상의 근거였던 금연사업 확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건강증진기금 예산액(사회복지+보건)은 총 3조7342억원이며, 지출 총액은 3조3001억원이다.
이중 금연사업에 지출된 금액은 1469억원으로 지출 총액 중 4.4%에 불과하다. 올해 편성 예산도 147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대한금연학회장을 맡고 있는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담뱃세가 11조원을 웃도는 만큼 금연정책 지원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며 "금연정책으로 담배를 끊게 하는 것만큼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 흡연자도 "담배를 사면 세금이 전체의 70%를 넘는다"며 "담뱃세는 흡연환경 개선이나 인식개선, 금연프로그램 운영 등에 사용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건강증진기금, 비흡연자-흡연자 갈등 줄이는 곳에 써야"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을 막기 위해 건강증진기금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금연구역을 피해 뒷골목이나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간접흡연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는 비흡연자도 많아졌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에서도 베란다 흡연으로 층간 갈등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간접흡연 등의 사회적 갈등을 없애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흡연자의 세금으로 걷은 돈이니 흡연과 관련해 사용하자는 논리다.
실제로 일본·스위스·프랑스 등에서는 흡연자를 배려해 흡연공간을 곳곳에 설치하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예산조차 거의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금연과 관련된 사업 예산 비중은 5%도 채 안 된다.
우리나라도 금연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명목으로 내세워 담뱃세를 올렸지만 정작 건강관련 사업은 제자리"라며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담뱃세를 올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의 운영자인 이연익 대표는 "자동차는 팔면서 주차장은 안 만드는 꼴"이라며 "세금 중 일부를 흡연공간 만드는 곳에 투자해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이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며 "금연정책에 대해 다시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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