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술' 소주가 순해졌다…참이슬 이어 처음처럼 도수 낮춰

참이슬 후레쉬 17.2도·처음처럼 17도로 알코올 도수 내려(종합)

소주가 마트에 진열돼 있다. /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서민의 술' 소주가 또 순해진다. 사회 환경이 변하고, 저도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독한 소주'보다는 '순한 소주'가 잘 팔리는 탓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16도 소주'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지방에선 이미 15도대 소주까지 등장했다.

◇'처음처럼' 이어 '롯데주류'까지…도수 17도로 낮춰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현재 17.5도인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7도로 0.5도 낮추기로 했다. 처음처럼이 도수를 낮춘 것은 2014년 12월 이후 3년 4개월여 만이다.

앞서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도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17.8도에서 17.2도로, 0.6도 낮췄다.

업계 1~2위 업체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소주 도수를 낮추는 것은 사회환경 변화 탓이 크다. 소주는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30도를 웃돌았지만, 독한 소주보다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순한 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폭음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는 트렌드에 맞춰 변화했다.

2006년 처음처럼이 20도로 낮춘 뒤 참이슬 후레쉬가 19.8도로 내렸다. 이후 3~4차례 도수를 낮추더니 이번엔 17도 초반까지 낮아졌다.

소주회사에서는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저도화 요구는 강화되는 추세"라며 "94년 주류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각적인 테스트와 최적의 블렌딩 기술을 통해 시대적 요구에 맞는 제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도 "부드러운 제품 속성으로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처음처럼은 앞으로도 소비자의 트랜드를 적극적으로 파악해 '부드러운 소주'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달 말부터 음식점·술집·할인점 등에서 새로워진 처음처럼을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주 16도 시대 열리나

업계 1위와 2위 소주가 잇달아 도수를 낮추면서 곧 '16도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 도수 인하에 맞춰 '진한 처음처럼'의 도수를 21도에서 20도로 낮췄고, '순한 처음처럼'도 16.8도에서 16.5도로 0.3도 내리기로 했다. 무학의 주력 제품인 '좋은데이', 대선의 '대선블루'(옛 C1), 금복주의 '맛있는 참'도 모두 16.9도다.

하이트진로 역시 저도주가 대세인 영남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영남 지역 전용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 16.9도인 '참이슬 16.9도'를 판매 중이다.

무학은 지난 1월 '좋은데이 1929'를 통해 알코올 도수를 15.9도까지 낮췄다. 기존 '좋은데이'(16.9도)보다도 1도 낮다.

젊은 층일수록 낮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영향이다. 특히 소주 도수를 낮추면 원가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주정을 덜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재료비를 줄이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일수록 독한 술보다는 순한 술을 찾는다"며 "업계 1위와 2위가 낮추면 다른 업체들도 따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소주는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던 술이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130만9000㎘로 1년 전보다 0.5% 증가했다. 소주 한 병 용량(360㎖)으로 환산하면 36억3600만병 판매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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