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6캔에 8900원에 팔면서…영업이익률 20% 비결이 '세금'?

수입맥주 세금 부과체계 달라…국산맥주 "공정한 게임 아니다"
"주세 차이 이용해 수입맥주 할인 공세"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수입 맥주를 고르고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입 맥주 6캔(330㎖ 기준)을 8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국산 맥주가 1캔당 1400원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가 미미하다. 운송료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게 얼마나 있을까 생각되지만 지난해 수입 맥주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국산 맥주를 압도했다. 국산 맥주와 다른 세금 부과 체계가 결정적 차이로 작용했다.

국산 맥주는 수입 맥주와의 경쟁이 공정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세금 차이가 20%에 달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꼴이라는 것. 지금과 같은 경쟁 구조라면 국산 맥주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티나는 수입 맥주…지난해 45% 성장

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맥주 수입액은 2009년 3716만달러(US$)에서 지난해 2억6309만달러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1년 전(18156만달러)보다 45% 급증했다.

판매량이 늘면서 맥주 수입·판매 업체들의 실적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입 맥주 인기 1위인 아사히맥주를 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매출이 1360억원을 넘어섰다. 1년 전(956억원)보다 42.2%나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90억원을 기록했다.

판매량 2위인 칭따오맥주를 판매 중인 비어케이도 지난해 매출액이 1180억원으로 전년 동기(859억원)보다 37.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30억원이며,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했다.

3위인 하이네켄코리아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80억원, 3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3.6%에 달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6%에 불과한 점을 보면 엄청난 성과다.

그동안 국산 맥주에 밀렸다면, 이제는 판이 뒤바꼈다. 오히려 수입 맥주 판매액이 국산 맥주를 넘어섰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1~2월 수입 맥주의 매출 비중은 60.2%로 국산 맥주(39.8%)를 넘어섰다. 2014년까지만 해도 수입 맥주의 점유율이 2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성장이다.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문화가 커지고, 다양한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수입 맥주 시장이 커졌다. 여기에 낮아진 수입 맥주 가격도 한몫했다. 수입 맥주는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가격을 낮추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수입 맥주 판매량은 앞으로도 한동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는 할인 판매해도 남는 것이 많다"며 "다양한 맛과 할인행사 등으로 지속해서 수입 맥주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국산 맥주 "공정한 게임 아니다…세금 차이 고쳐야"

국산 맥주 업체들은 수입 맥주의 질주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 탓이라고 토로했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에 대한 세금 부과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국산 맥주의 출고가격은 출고원가에 주세(72%)·교육세(주세의 30%)·부가가치세(10%)를 더해 산정한다. 하이트진로 맥주의 경우, 500ml병 기준 원가는 538.44원에 불과하지만 주세(387.68원)와 교육세(116.3원)·부가가치세(104.24원)가 붙으면서 출고가가 1146.66원으로 올라간다.

반면 출고가격 신고의무가 없는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에 주세·교육세·부가세가 붙어 출고가가 정해진다. 그동안 관세가 붙었지만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은 지난 1월부터 무관세고 유럽도 오는 7월부터 없어진다.

국산 맥주는 출고원가에 제품원가·판매관리비·예상이윤을 다 포함해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붙은 이후에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붙여 판매한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수입 맥주와 국내 생산 맥주의 판매가격이 같을 경우 붙는 세금의 차이가 최대 2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 맥주가 세금도 더 적게 내고, 가격 결정(할인)도 훨씬 자유로운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산 맥주와 경쟁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수입 맥주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통관 후 수입가와 국내 평균 판매가가 6배 차이 났다. 수입 신고가를 낮게 책정해 세금은 적게 내고, 유통과정에서 이윤을 많이 남긴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 행사로 수입 맥주가 싸 보이지만 세금을 적게 내기 때문"이라며 "공정한 게임을 위해 세금 부과 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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