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네이버·G마켓·옥션·11번가 판매자, 고객 돈 '먹튀'…400여명 피해

가전 특성상 1인 피해액 수백만원…"보상 어려울 듯"
허술한 오픈마켓 판매자 등록 심사로 사태 야기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국내 최대규모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G마켓·옥션·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해 온 사업자가 상품을 보내주지 않고 고객의 돈만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 수는 400여명이지만, 아직 단체행동에 합세하지 않은 이들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품목 자체가 가전이다보니 피해자들 대부분이 1인당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현재 인천서부경찰서 사이버팀에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포털사이트와 오픈마켓이다보니 대다수 피해자들은 가격 비교를 통해 가장 저렴한 제품을 골랐고, 이것이 사기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자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허술한 오픈마켓 구조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웨딩가전몰 홈페이지 캡처 ⓒ News1

◇"현금 결제하면 더 저렴"…포털·오픈마켓 판매자 대규모 사기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웨딩가전몰'이라는 업체는 지난해 12월 포털사이트와 오픈마켓 등에 판매자 등록을 한 뒤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해 왔다. 네이버와 G마켓·옥션·11번가 등 유명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판매해 온 만큼 많은 소비자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제품을 구매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당초 제품을 구매했을 때 웨딩가전몰 측은 PG(금융중개) 한도가 초과돼 결제가 안된다고 소비자들을 속였다. 이후 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현금으로 결제하면 더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유혹했다.

상품이 배송되지 않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항의전화에 대해서도 사정이 있다고 설명한 뒤 설 명절 직전 잠적했다. <뉴스1>에서도 사실 확인을 위해 웨딩가전몰 측에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 피해자는 "설을 앞두고 주문을 몰아 받은 뒤 잠적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는 남은 직원들이 해당 사이트 전면에 공지를 띄웠다"고 토로했다.

공지에는 "현재 장XX 사장이 물류대금을 가지고 2월7일부터 연락이 안됩니다. 구매를 중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픈마켓 구매자분들은 모두 환불조치 가능하며 카드 구매자분들은 XX페이에서 웨딩가전몰로 입금 전이니 모두 환불처리 가능합니다. 무통장 입금하신분들도 아직 회사 잔고가 남아 있으니 지급정지 부탁드립니다. 이 모든 내용은 추가피해를 막기 위해 공지를 띄웁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를 접한 피해자들이 사업자 주소로 적혀 있는 인천의 한 사무용 건물을 찾은 결과 원룸 형태의 작은 장소였다는 점만 확인했을뿐 회사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등록된 본사가 '무보증 원룸촌'이라 사업자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허술한 사업구조 탓"…단순 중개방식인데도 유명 오픈마켓 신뢰

이번 사건은 오픈마켓의 구조적인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오픈마켓은 개인 또는 소규모 업체가 유명 사이트에 직접 상품을 등록해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말한다.

오픈마켓은 동일한 물건이라도 판매자간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생산자와 판매자 사이에 중간 마진이 없어서 가격이 저렴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검증된 판매자의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오픈마켓의 사업구조가 '선등록 후심사' 형태로 이뤄져있다보니 제대로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업자 등록 과정 역시 사업자등록증 제시와 상품기획자(MD) 대면 등 간단한 확인절차만 걸치면 누구나 가능하다. 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이유는 '판매자 수=상품 수=수익'이라는 공식 때문이다.

이렇게 대형 오픈마켓에 등록한 판매자들이 직거래를 유도할 경우 소비자들은 오픈마켓의 명성만 믿고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웨딩가전몰 홈페이지만해도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와 오픈마켓 판매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하단에 각 업체 로고를 나열해 놨다. 각 사의 로고는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단순 중개사업 방식이다보니 피해자들이 오픈마켓들로부터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 이름만 보고 구매했으나 책임은 본인이 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 휘말린 오픈마켓 중에서는 11번가가 가장 먼저 조치를 취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직거래 내부 감시시스템에서 이상 기운이 감지돼 지난달 말 선제적으로 영구정지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단체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 신고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는 현금결제를 유도했던 직원들도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j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