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인니 의혹②]해외투자 신고도 없이 지급보증?…외국환거래법 위반

KT&G, 인도네시아 센토사·푸린도 해외투자 신고 전 지급보증
외환은행, 신청서와 다른 LOI 작성…서류 위조 의혹도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류정민 기자 = 국내 1위 담배사업자인 KT&G가 인도네시아 자회사에 대한 지급보증 과정에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 말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트리삭티(Trisakti)'가 자금난에 시달리자 KT&G는 트리삭티가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추진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트리삭티 보다는 트리삭티의 자회사(KT&G의 손자회사)인 센토사(Sentosa Ababi Purwosari)와 푸린도(Purindo Ilufa)가 더 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센토사와 푸린도에 대한 해외투자 신고가 안 돼 있었다는 점이다.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법인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경우 해외직접투자 신고를 해야 하며 지급보증을 할 때도 신고해야 한다. 센토사와 푸린도는 트리삭티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장 돈줄이 말라 버린 센토사와 푸린도에는 지급보증을 할 수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들 회사에 대한 지급보증이 이뤄졌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은행 서류마저 위조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KT&G가 낸 지급보증신고서와 은행 서류의 지급보증 대상이 달랐다. 마찬가지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공문서 위조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KT&G, 인니 법인 트리삭티 적자에 55억 지급보증

17일 정재호 의원실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 2014년 1월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트리삭티에 632억8776만루피아(IDR)의 지급보증을 단행했다. 당시 환율(100루피아=8.68원)을 적용하면 55억원 규모다.

당시 트리삭티가 지급보증을 요청한 것은 현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2011년 KT&G가 인수한 트리삭티는 2012년 90억8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13년에도 86억1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인수한 이후 2016년까지 줄곧 적자다.

특히 트리삭티의 자회사인 '센토사'와 '푸린도'의 상황이 심각했다. 2013년 말 센토사와 푸린도의 부채비율은 각각 1021%, 1728%에 달했다.

문제는 현금이 없으면 납세증지를 살 수 없기 때문에 담배 제조를 할 수가 없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담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납세증지를 미리 현금으로 사와야 한다. 다만 2년 이상 흑자가 나거나 은행의 보증이 있으면 2개월 후불로 납세증지를 살 수 있다.

자금난으로 트리삭티의 담배제조가 어려워지자 KT&G는 2014년 1월 지급보증을 추진했다. 지급보증 작업은 주관은행인 KEB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이 맡았다. 백복인 사장은 당시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으로서 해외 신사업을 주도했다. 트리삭티 역시 백 사장 담당이었다.

KT&G 관계자는 "트리삭티의 담배증지 신용구매(인도네시아 정부가 운영 중인 제도)를 위해 지급보증을 했다"며 "당시 트리삭티는 전략기획본부가 아닌 글로벌본부가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지금보증액은 푸린도가 384억8900루피아(34억4000만원)로 가장 컸고, 센토사는 190억7000루피아(16억5000만원)였다. 트리삭티는 57억2800루피아(5억원)로 가장 적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인 트리삭티보다 센토사와 푸린도가 실제 담배를 제조하기 때문에 지급보증액이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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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신고도 안 했는데 지급보증…공문서위조 의혹도

문제는 당시 센토사와 푸린도에 대한 해외투자설립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다.

해외투자설립이 누락된 회사는 지급보증 자체를 할 수 없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다.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르면 현지법인 보증의 경우 해외투자신고가 이뤄져야 한다.

한 은행 외환 담당자는 "세부 상황을 봐야겠지만 해외투자 신고를 하지 않은 곳에 대한 지급보증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급보증 과정에서 은행 서류 내용도 달라져 위조 의혹이 제기됐다. KT&G가 지급보증을 위해 KEB외환은행(현 하나은행)에 제출한 '보증계약신고서'에는 보증 수혜자가 트리삭티로 돼 있다. 외환은행이 처음 '글로벌 은행 공동망(케이블)'에 올린 공문에도 보증대상자는 트리삭티 뿐이다.

그러나 은행이 제출한 '지급보증의향서(LOI)'에는 트리삭티 외 2개로 보증대상자가 변경됐다. 케이블과 LOI 서류가 다른 점은 문제다.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급보증대상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하자 케이블에도 센토사와 푸린도를 추가해 다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계약신고서와 LOI 내용이 달라진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한 변호사는 "LOI의 지급보증 대상이 달라졌다면 공문서위조에 해당한다"며 "신고서에 없는 내용을 추가한 점도 법 위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KT&G는 2014년 하반기 센토사와 푸린도의 해외투자신고 설립 누락에 대해 검찰에 자수했고 2015년 초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지급보증 서류 위조와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신고를 하지 않았고 조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해외투자 신고를 안 한 것은 단순 실수에 불과하다"며 "지급보증 금액도 동일하기 때문에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다.

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