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그림 없는 담배 버젓이 판매…사재기 논란

'사재기' 흡연 경고그림 미부착 제품 전국 곳곳서 판매 중
복지부, 협조 공문 발송外 조치 미흡…"당분간 더 팔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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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소매점마다 잘나가는 제품은 대략 4개월분을 미리 챙겨두기도 했습니다. 아직 예전 제품(경고그림 미부착)이 더 많이 남아있어요. 당분간 경고그림 붙은 제품은 더 팔릴 거예요."

"인기 없는 담배에는 경고그림이 붙어 있는데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들에는 경고그림이 많이 안 붙어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는 담배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담뱃갑 경고그림이 도입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담배 중 상당수는 여전히 경고그림이 부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사재기'가 극성을 부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정부의 부실한 관리 감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2017.1.29ⓒ News1

◇"2개월이나 지났는데"…여전히 경고그림 미부착 담배 '산재'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생산되는 담뱃갑의 앞뒷면 상단에 30% 이상의 크기로 흡연경고 그림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경고그림에는 폐암, 후두암, 구강암 등을 흡연을 경고하는 그림이 삽입됐지만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대다수의 제품에는 여전히 경고그림이 부착돼 있지 않다.

당초 담배업계에서는 유통 시스템과 재고물량 소진 시기 등을 고려해 2월 초까지 경고그림이 도입된 담배를 시중에서 판매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현실을 달랐다.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이 의무화되기 이전에 제품을 많이 쌓아둔 영향이다.

담배가 덜 팔리는 것도 아니다. 각 담배회사들은 정확한 판매 수치를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기존보다 담배 판매량이 줄지는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사재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담배 제조사 관계자는 "담배 판매량은 그대로"라며 "경고그림이 도입되기 전에 각 소매점에서 물량(담배)을 많이 쌓아뒀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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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자제 협조 공문만 보내면 끝?…정부 관리·감독 '허점'

확인 결과 정부는 지난해 8월과 11월(2회) 경고그림 미부착 물량이 시중에 조기 소진될 수 있도록 유도해달라는 공문을 △한국담배협회 △한국담배판매인회 △KT&G △필립모리스 △BAT △JTI 등에 발송했다.

그러나 이후 대대적인 단속이나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단순 협조요청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반출량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단순 수치 합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안 적용을 앞두고 1년6개월여 시간이 있었던 만큼 다수의 소매점들은 제품을 꾸준히 모아왔다. 정부의 관리가 다소 뒤늦게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일부 제조업체의 경우 기존 제품을 회수하기 위해 편의점 등 각 업체에 협조를 구했지만 이 역시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소매점 입장에서는 미리 쌓아둔 경고그림 미부착 담배를 굳이 교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담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제대로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로 경고그림을 도입했다는 목소리가 크다. 담배업계에서는 여전히 사재기 물량이 상당수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을 앞두고 사재기가 성행했지만 관리당국에서는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공문 역시 단순 협조 요청 수준이다보니 큰 영향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 사재기해둔 담배 물량이 해소되기까지는 앞으로 최소 한 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