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직자 "女 노숙자·약물중독자, 불임수술 받아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AFP=뉴스1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이란의 한 정부 관리가 여성 노숙자·약물 중독자에게 불임 수술을 종용하고 나섰다. 이들의 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인권 침해 논란이 촉발됐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헤란 부시장 시아바슈 샤흐리바르는 이날 현지 ILNA 통신을 통해 "테헤란의 여성 노숙자와 약물 중독자들은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불임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여성들은 마약을 판매·소비하며 성매매에 종사하는 이들로 20% 이상이 에이즈 보균자"라며 "많은 비정부기구(NGO)와 사회 엘리트들은 이들의 동의하에 불임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시각에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다.

현지 언론은 최근 몇 년간 테헤란에서 유아 인신매매 등 노숙자들로 인한 사회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노숙자 자녀들은 구걸을 하거나 노점상에서 일하며 목숨을 연명한다. 테헤란에는 3000명 이상의 여성 노숙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말에는 테헤란 외곽의 빈 묘지 안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의 사진이 공개돼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수십명에 달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마약에 중독된 상태다.

하지만 당국의 대책에 여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란의 유명한 만화가인 보조르그메흐르는 이를 두고 "여성 노숙자들은 '약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을 낳기 때문에 불임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의 주장이 독일 나치의 인종 개량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었다.

논란은 빠르게 정치권으로 번졌다. 샤힌도흐트 몰라베르디 부통령은 지난 4월 "정부는 여성 노숙자의 불임수술과 관련해 어떠한 구체적 계획도 제안하지 않았다"며 "이는 반드시 보건부를 통해 제안 및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 언론은 몰라베르디 부통령이 불임수술을 지지한다고 비판했으나 부통령은 이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한편 이란의 유명 영화감독인 아쉬가르 파라디는 노숙자들의 사진이 공개된 이후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통해 "수치와 슬픔을 느낀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에 지난달 28일 "사회적 문제로 상처를 입고 무덤에 몸을 뉘인 인간을 보고 누가 부끄럽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soho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