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포비아' 몸살 앓는 기업들… 혼자 웃는 LG생건

옥시 퇴출 빈자리 채운 LG생건, 대체제로 각광
제 갈 길 갔을 뿐인데 '세제·유연제·치약' 1위 석권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굴지의 생활화학제품 기업들이 '화학 포비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살균제 사건 주범인 옥시 레킷벤키저는 물론 P&G는 페브리즈에 검증받지 않은 성분을 넣었다가 직격탄을 맞았고 아모레퍼시픽도 '치약파동'을 겪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세제·섬유유연제·치약·화장품 등 생활화학 분야 전반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나홀로 순항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유해성분 논란…잘 넘기면 기회

23일 업계에 따르면 생활화학제품을 둘러싼 유해성 이슈가 쉴 새 없이 터지면서 논란을 피해간 기업에게는 반대 급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해 성분이 없는 대체재로 지목되면 '믿음직스러운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그중에서도 LG생건은 대기업 중 유일하게 논란에 휩싸이지 않아 뜻밖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 세제파트 한 직원은 "최근에서야 세제·섬유유연제 판매량이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종종 옥시 제품이 팔리고 있는지 우리에게 물은 후 일부러 다른 브랜드를 사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섬유유연제 쪽에서도 예전엔 옥시 쉐리를 많이 찾았다면 요즘엔 LG생건의 샤프란을 찾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옥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세제·섬유유연제 분야에서 LG생건 또는 CJ라이온 브랜드가 대체재로 뜨고 있는 모습이다. 옥시 매출이 빠진 자리를 경쟁사들이 채우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양상은 옥시 사건 직후에도 포착됐다. 한 소셜커머스에 따르면 2주간(4월18일~5월1일까지) 옥시 세제인 파워크린·옥시크린 매출은 각각 49%, 25% 줄어든 반면 LG생건 테크·슈퍼타이는 각각 10%, 41% 증가했다. 현재 기준 세제 브랜드 시장 순위는 LG생건의 '테크'가 1위, 2위는 애경산업의 '스파크', 3위는 CJ라이온 '비트' 순이다.

다만 화학포비아 여파로 세제·섬유유연제 모든 브랜드를 합친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감소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현재(10월 19일)까지 세제·섬유유연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 8%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옥시 불매운동이 지속되면 세제 부문 최대 경쟁사인 LG생건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선엽 연구원은 "세제와 청소용품·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 시장에서 옥시와 경합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MIT·MIT 불검출 치약 '반사이익'… 매출 껑충↑

LG생건은 최근 치약 최대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이 가습기살균제(CMIT·MIT) 성분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 시장에서도 반사이익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메디안' '송염' 등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제품에 판매중단·회수 조처가 내려지면서 LG생건 '페리오' '죽염' 제품이 상대적으로 잘 팔리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3주(10월26일~11월16일) CMIT·MIT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치약 브랜드 70종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불 후 재구매한 치약을 제외한 수치다.

롯데마트도 CMIT·MIT 성분이 포함되지 않아 판매 중인 10월 치약 매출신장률이 지난해 대비 15.5% 신장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몰 옥션에서도 같은기간 치약 판매율이 19% 증가했다.

치약파동이 일기 전 국내 치약시장 점유율은 LG생활건강(41.2%), 아모레퍼시픽(25.6%), 애경산업(17.8%) 순이고 브랜드별은 페리오가 27.9%로 1위, 메디안이 20.1%로 2위다. 뒤를 이어 애경 '2080' '죽염' '송염' 순이었다.

여기서 2위·4위였던 아모레퍼시픽 브랜드가 판매중단 되면서 LG생건은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지킬 것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LG생건은 섬유유연제 시장에서도 최대 경쟁사가 오너리스크 이슈로 추락하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0년까지 피죤이 점유율 48.3%로 섬유유연제 브랜드 1위였지만 그 다음해 이윤재 피죤 회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져 불매운동이 확산돼 불과 두 달 만에 순위가 역전됐다. 이 때 1위로 치고 올라간 LG생건 브랜드 '샤프란'은 지금까지 정상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에는 한국P&G가 수입·판매 중인 브랜드 다우니의 '다우니 베리베리와 바닐라크림향' 제품에서 유해물질 글루타알데히드가 98㎎/㎏ 검출돼 다우니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LG생건 "반사이익' 분석 부담… 추이 봐야"

다만 LG생건은 '경쟁사가 유해 논란에 휩싸인 덕분에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LG생건 관계자는 "생활용품 일부 분야에서는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반사이익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힘들다"면서 "다만 치약 등 일부 브랜드 제품 판매량이 늘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 기준에 따르면 샴푸·클렌저 등 씻어내리는 제품에 한 해 CMIT·MIT 성분을 포함된 제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어 거의 대부분 생활화학 기업이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논란에 휩쓸릴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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