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는 밀려도…" 귀뚜라미, 실적부진 감수 M&A 빛 볼까?

공격적 M&A 연이은 투자에 실적 '주춤'
종합에너지기기社 지향…"시장 냉난방 공조 지속될 듯"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나석윤 기자 = 보일러업계 2위 귀뚜라미가 연이은 인수합병(M&A) 여파로 실적 개선에 고전하고 있다. 2005년 이후 평균 2~3년에 한 번꼴로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성장세가 더딘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귀뚜라미의 공격적 M&A가 체질 개선과 시장 공략을 위한 시도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격적 M&A로 변화 도모…투자 규모 커져 실적은 주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귀뚜라미그룹의 지배기업인 귀뚜라미보일러의 최근 5년간 매출액은 25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출액 정체 속 M&A 비용 지출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단기적으로 귀뚜라미보일러의 실적이 눈에 띄게 오르긴 쉽지 않다.

앞서 범양냉방공업(2006년·현 귀뚜라미범양냉방)과 신성엔지니어링(2008년), 센추리(2009년) 등에 이어 올해 3월에는 강남도시가스(현 귀뚜라미에너지) 인수에 약 1000억원의 자금을 썼다.

여기에 "무리한 사업 확장 아니냐"는 시각에도 방송(대구방송)과 골프장(인서울27골프클럽), 복지재단, 외식 프랜차이즈(닥터로빈) 분야로까지 손길을 뻗쳐 자금이 쌓이기보다는 빠져나갈 이슈가 많았다.

국내 보일러시장 침체와 더딘 해외 수출도 영향을 미쳤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일러시장 규모는 2002년을 정점으로 꺾여 교체 수요를 포함한 연간 판매량이 120만대 안팎에 머물러 있다. 시장 자체가 축소된 데다 계절적 수요 편차가 크다는 점도 회사 측이 다른 분야로 시선을 돌린 배경으로 작용했다.

귀뚜라미보일러 관계자는 "보일러시장의 침체는 일찍부터 예견됐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며 "그중 하나가 M&A를 중심으로 한 외연 확장이었다"고 말했다.

◇"보일러만으론 안 돼"…종합에너지기기社 도약 지향

현재 귀뚜라미그룹은 귀뚜라미보일러를 축으로 한 종합에너지기기회사로의 도약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진행한 M&A로 계열사는 20여곳으로 늘었고 총 매출액은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종합에너지기기회사로의 탈바꿈은 귀뚜라미만의 시도는 아니다. "보일러만으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팽배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체질 개선을 위한 시도가 대세를 이룬 상황이다.

글로벌 보일러시장 선두권에 있는 독일 바일란트, 비스만 같은 기업들이 냉·난방 공조 등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향후 귀뚜라미보일러가 기대하는 부분은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등과의 낼 시너지다. 특히 냉·난방기기는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서 기존 경험을 통한 기술 교류가 용이해 계절적 편차에 따른 실적 악화를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 양천구에 독점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귀뚜라미에너지와의 시너지가 늦어도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도 기대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발판 삼아 중국과 미국, 러시아 등 해외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 등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 회사 측 구상이다.

시장에서도 보일러업계의 영역 확장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김종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안정적 수익을 내기 어렵고 연중 편차도 크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며 "냉난방 공조를 통한 시너지로 경쟁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seokyun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