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 사기죄의 성립여부, ‘돈 빌릴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 전민기 기자

(서울=뉴스1) 전민기 기자 = 최근 대법원은 대주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 지체 또는 변제 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 차주가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해 허위 사실을 말하는 등 다른 사정이 없었다면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선고2012도14516판결)했다.
사업가 A는 2001년경부터 B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서비스를 받고 카드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금전거래를 해왔다. A는 2002년까지 수천만 원 가량을 B에게 송금했으나 카드대금 전부를 변제하지는 못했고 2002년, 연체된 카드대금의 변제를 위해 B에게 현금 2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이자지급을 약정했다.
차용일 이후 A는 B에게 48회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송금했고 2004년경 밀린 카드대금과 위 차용금에 대한 약속어음을 작성해주면서 A 소유의 아파트에 관해 B 명의의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그러나 2006년까지 A는 카드대금과 차용금을 모두 변제하지 못했고 결국 B는 A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원심은 A가 2002년경 약 3000천만 원~4000천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특별한 재산이 없어 B에게 돈을 빌리더라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현금 2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이자지급을 약속한 것에 대한 편취의 범의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법승의 대표 이승우 변호사는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며 “A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이 사건 차용금 4배에 달하는 8000천 여 만원을 카드대금 등 변제 명목으로 B에게 지급했고 다른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득을 얻고 있었다. 차용일 이후 48차례에 거쳐 약정이자 등을 지급해 온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차용 당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형사전문 이승우 변호사는 “사건 기간 동안 B는 A의 연체 사실 등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여겨지는 바, B는 차용 당시 A의 자금능력이 충분하지 않아 변제기에 변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A에게 그 당시 변제능력이나 변제의사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말하였다는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A에게 차용사기 상 편취의 범의를 인정했다. 이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착오·인과관계·편취 범의와 유죄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등을 오인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이승우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고 이 같은 증명이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고 해도 유죄라 판단할 수 없다”며 “형사항소심의 경우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까지 증거가 없다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사건은 관련 사건을 맡았던 풍부한 경험이 있는 형사전문변호사의 ‘증명력 있는 증거’를 토대로 한 변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용사기 등의 유·무죄 여부는 기망행위·착오·인과관계·편취의 범의 등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해 결정되고, 이 중 편취의 범의는 주관적 판단 영역이기 때문에 형사사건전문변호사의 탄탄한 법적 논리로 재판부를 설득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피의자라면 변호사를 선임하기에 앞서 반드시 대한변호사협회에 형사사건전문변호인으로 등록돼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고, 무혐의·불기소·기소유예 처분 등 승소사례를 검토해보는 게 좋다. 또한 사건 초기 사안을 자기 중심적으로 속단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검토하며, 사기 사건은 물론 형사 사건에 대해 밝고 민사 사안으로의 분석까지 할 수 있는 변호사와 충실한 변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승우 변호사는 “형사전문변호사를 통해 초기 수사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증명력 있는 증거’를 전략적으로 수집·확보·주장해야만 억울하게 경제사범으로 전과자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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