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사고 사과…유족들 "진정성 없다"

(종합)검찰조사 앞두고 5년 만에 사과, 옥시·애경·홈플러스 등 조치여부에도 관심
시민단체 "피해자 아닌 검찰에 사과한 것, 진정성 있는 사과 아니다" 반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관련 대국민 사관문 발표'에서 소비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는 2014년과 지난해에 걸쳐 이뤄진 정부 조사에서 사망자 22명과 생존 환자 39명으로 나왔다. 2016년 1월까지 접수된 신규 피해 신고자를 포함하면 130명에 이른다.2016.4.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발생 5년만에 사과하고 보상에 나선다. 하지만 피해자와 유족, 시민단체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진행한 진정성 없는 사과와 대책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피해보상 내용을 발표했다.

롯데마트는 2006년 1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문제가 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원료로 한 가습제 살균제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

문제가 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원료는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등을 포함해 수백명이 사망하자 보건당국이 집단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물질이다. 롯데마트는 이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가 문제가 되자 2011년 8월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해 폐기했다.

김종인 대표는 "가습기 사태 발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피해 원인 규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미진한 부분을 인정한다"며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는 마음으로 사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속하고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정확한 진상 규명이 이번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라 믿기 때문"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롯데마트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 설치 △피해 보상 대상자 및 피해보상 기준 검토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수사 종결 직후에는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피해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사태 재발방지와 함께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 계획이다.

김종인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그간 큰 고통과 슬픔을 겪어 오신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들께 많이 늦었지만 다시 한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수습에 나선 것은 롯데마트가 처음이어서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등도 사과와 보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2월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인 롯데쇼핑의 전·현직 임원 43명을 처벌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 대상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도 포함돼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제품별 피해자 중 롯데마트 제품 피해자는 옥시싹싹(옥시레킷벤키저)과 애경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옥시레킷벤키저의 대표이사인 아타울라시드사프달 등 전현직 임원 29명도 고발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회견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기자회견장을 찾아 입장을 밝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대표는 "롯데마트가 5년이 지난 이 시점에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사과하는 것은 피해자나 유족들이 아닌 검찰에 사과를 하는 것"이라며 "누가 이 사과를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했다.

강창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의 대표는 "20여개에 달하는 가해 기업들을 다 찾아다녀야 하지만 피해자들 여건상 하지 못했다"며 "나머지 모든 업체들도 제대로 사과하고 피해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소비자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의 안성우씨는 "롯데가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피해자들에게 연락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간에 사과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롯데마트는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들 앞에서라도 다시 한번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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