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이 40%라고?"…잘나간다는 수입맥주의 허와 실

수입맥주 매년 고공성장…소매점 外 유통망은 '미미'
제초제 성분 혼입 논란도…국내업체, 다양화로 '맞불'

/사진 = (롯데마트 제공)2012.6.7/뉴스1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국내 수입맥주 시장이 국산맥주 판매량을 턱 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국내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맥주 시장은 최근 수년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이는 가정용 주류 시장으로 제한돼 있을뿐 아직까지 전체 주류시장에서는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매년 증가하는 수입맥주 시장 규모에 의해 국내맥주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주점이나 식당 등 대량으로 주류가 소비되는 장소에는 수입맥주의 유통망이 닿지 않고 있어 아직은 '기우'라는 목소리가 많다.

다만 수입맥주를 찾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품질을 인정받은 수입맥주 종류가 늘어나고 있어 국내 맥주제조사들도 더이상 '맛'을 등한시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날개' 단 수입맥주 시장 성장세…국산맥주 위협?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및 편의점 등의 수입맥주 판매량은 전체 맥주 판매량의 약 40%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마트의 국산맥주 대비 수입맥주 판매비중은 2014년 33.3%에서 지난해 38.1%까지 급증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40%를 넘어섰다.

편의점 상황도 비슷하다. A편의점은 2012년 18.8%에 불과했던 수입맥주 판매 비중이 2013년 23.5%로 늘어난 데 이어 2014년 29.2%, 지난해에는 41.7%로 매년 급격히 성장했다.

수입맥주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다보니 국산맥주의 위기설이 불거졌고 마치 금방이라도 국내 맥주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국산맥주 시장 규모는 주류업계 안팎의 우려와 달리 소폭 늘어났다. 국내 한 맥주 제조사가 자체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맥주 시장 규모는 약 2조2000억원 규모로 2014년 2조1700억원보다 증가했다.

수입맥주 시장의 성장세는 한계가 명확하다. 수입맥주는 가정용 주류 시장에서만 영향력을 키우고 있을뿐 아직까지 음식점이나 주점 등 실질적으로 대량 소비가 이뤄지는 곳에서는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롭게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한 영업력 역시 국내 맥주제조업체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세계맥주 전문점 매장이 아니면 수입맥주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국내 주류업계 영업망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영업력을 확보해도 실적을 내기까지 오랜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산맥주의 위기설은 2010년대 들어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맥주시장의 규제를 손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는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맥주산업에 대한 시장 분석'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수입맥주에 비해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맥주산업을 파악한 뒤 경쟁 촉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가 맥주산업 규제에 나선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는 국내 주류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수입맥주 규제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접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기재부는 손을 뗐다.

기재부 측이 수입맥주 규제 관련 건에서 손을 떼면서 공정위가 짐을 떠맡게 됐고 현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수입맥주는 무조건 품질이 좋다?…'Case By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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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국내 소비자들은 국산맥주보다 수입맥주의 맛이 뛰어나고 품질도 좋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상당수 수입맥주가 국산맥주보다 맛과 품질이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맥주에 해당되는 공식은 아니다.

실례로 지난달에는 독일로부터 국내로 수입되고 있는 일부 맥주에서 제초제 성분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독일의 환경단체인 뮌헨환경연구소(UIM)는 현지의 맥주업체 10개의 맥주 14종에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리터당 0.46~29.74㎍(마이크로그램) 검출됐다고 밝혔다.

글리포세이트는 세계 최대 농업생물공학업체인 몬산토가 인체에 해롭지 않은 제초제(상품명 라운드업)라며 출시한 것으로 꾸준히 논란이 됐던 성분이다.

국내 주류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수입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과 달리 소비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제초제 성분 논란에도 소비자들이 수입맥주를 찾는 이유로는 특색있는 맛과 독과점 구조의 국산맥주에 대한 실망감 등이 꼽히고 있다.

◇귀 닫은 국산맥주 업체?…맛 개선 어려운 속사정

/사진 = 2014.8.26/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국내 맥주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원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맥'(소주+맥주)에 특화된 국내 주류문화의 영향으로 쉽게 맛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주류 제조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맥주는 소맥을 목적으로 팔릴 때 판매량이 가장 많다"며 "이것이 기존 맥주의 맛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다양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맥주 제조업체들은 일반맥주로 분류되는 '카스'(외국계업체 매각 전 국내업체 생산 사실 감안해 국산 맥주로 분류)와 '하이트' 이외에 다양한 맥주들을 내놓고 있다.

오비맥주의 경우 프리미엄급 수입맥주 시장 육성 전략을 세우고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독일산 밀맥주 프란치스카너 △룩셈부르크의 모젤 △영국 에일맥주인 바스 △중국 하얼빈 △벨기에의 호가든 로제 △호가든 그랑 크루 △호가든 포비든 프룻 등을 새로 수입했다. 이 업체는 기존에도 △호가든 △버드와이저 △산토리 △벡스 △스텔라 등을 수입하거나 제조해왔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 △맥스 △드라이d △에스 △스타우트 △퀸즈에일 등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국내 맥주 제조사들이 제품 다양화에 나선 배경에는 소맥에 많이 사용되는 일반맥주 시장과 맛에 초점을 맞춘 맥주 시장을 이원화해 전체 맥주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맥주 제조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연령대나 제품의 특성별로 소비층이 달라 소비자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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