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싱크탱크"…이헌재 전 부총리 주도 '여시재' 출범

이헌재 전 부총리·안대희 전 대법관 등 정·재·학·언론계 인사 참여
여시재 측 "재단 밑그림"…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재단 주력 방침 공표시기 관심

한샘드뷰디자인센터 외관 ⓒ News1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한국이 도전해볼 수 있는 분야, 미래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입니까. 나의 관심은 한국의 역량과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입니다."

가구기업인 한샘을 설립한 조창걸 명예회장이 2006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최고경영자 초빙강좌에 참석해 한 말이다.

당시 한샘은 현재 매출액(지난해 1조7122억원)의 5분의 1수준(3881억원)인 '작은' 기업이었다. 조 회장은 10년 전 회사 매출액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사재를 출연해 한국의 미래를 그려내는 '싱크탱크(think tank·정책 개발 및 연구를 위한 독립기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고 있다.

29일 본지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여시재' 건물에 언론매체 처음으로 방문했다. 여시재(與時齋)는 '시대와 함께 하는 집'이란 뜻이다.

여시재는 지난해 12월15일 재단법인등록을 마친 학술연구 공익재단이다. 출범한 지 100일도 안된 상황을 말해주듯이 건물 외벽에 간판이 없었다. 건물 1층 로비에는 '여시재'를 쓴 액자가 걸려있고 맞은 편 방문객 접대실 책장에는 다양한 분야의 서적이 꼽혀 있다. 현재 상주 인력은 10여 명 내외로 재단 첫 과제 준비, 인력 확보 등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시재는 2012년 조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설립한 공익법인인 한샘드뷰연구재단의 비전을 구체화한 곳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이 재단에 재산 절반 가량을 기부하기로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은 재단에 260만주를 출연하기로 했는데 60만주(당시 시가 약 1000억원)의 출연은 완료됐다. 남은 200만주의 현재 가치는 약 5100억원이다.

드뷰연구재단 측은 재단의 역할에 대해 "한국 주변의 세계적인 강국들 속에서 세계 변화를 예측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며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육성하고 미래 산업을 발굴하겠다"고 설명했다.

여시재 이사진은 정계, 재계, 학계, 언론계를 대표하는 인물 9명으로 구성됐다. 이사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맡았다. 그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감독원장 등을 지낸 '금융통'으로 평가받는다. 김현종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합류했다. 김 전 본부장은 유엔 주재대사,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을 지냈다.

법조계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 여시재와 뜻을 같이 한다. 안 전 대법관은 2003년 대선 불법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 '국민 검사'로 불렸다.

재계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박병엽 팬택 전 부회장이 참여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말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즈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터넷 기업가'라고 소개한 기업인이다. 박 전 부회장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함께 '샐러리맨의 신화'로 평가받아 왔다.

학계에서는 정창영 전 연세대학교 총장, 김도연 포항공과대학교 총장이, 언론계에서는 홍석현 중앙일보 JTBC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조 회장도 이사로서 여시재에 참여했다.

이들은 여시재 출범 전후 활발하게 만나면서 여시재의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시재 창립 총회 이후 공식적으로 한 자리에 모인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시재는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시재 관계자는 "재단 방향, 인력 확보 등 현재 준비 단계로 언론에 공개할 만한 부분이 아직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여시재의 첫 사업 과제와 함께 조 회장이 한샘을 떠나 재단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공언하는 시기가 언제일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익 성격의 재단과 이윤 추구 목적인 기업(한샘)을 같이 보는 시선은 재단과 한샘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 회장은 1994년 한샘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한샘 측은 조 회장과 한샘이 경영, 재단 운영 등 여러 부분에서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한샘 명예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재단 활동이 한샘 경영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12월 강승수 한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조 회장, 최양하 회장 아래 강 부회장, 박석준 사장, 이영식 사장 체제로 재편됐다. 강 부회장이 한샘의 중장기 비전인 중국 사업을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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