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인스턴트 컵커피 크기…남아도는 우유 처리용?

매출 증가·원유 재고 처리 '두 마리 토끼'…우유 가공업체發 경쟁 촉발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인스턴트 컵 커피의 크기가 날로 커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커피전문점의 커피와 경쟁할 수 있도록 용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면에는 '우유재고 소진'이라는 또다른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통상적으로 인스턴트 컵 커피에는 약 60%의 우유 원유가 들어간다. 대용량 컵 커피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제조사들의 입장에서는 매출 증가와 재고 소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어 매력적인 요인이 된다.

◇인스턴트 컵 커피, 커피전문점 제품 수준까지 증량

국내 우유재고가 날로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우유 가공업체 및 음료 제조사들은 컵 커피 용량을 늘려 직접 원두를 내려주는 커피전문점과의 경쟁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국내 우유 가공업체들이 우유 판매에 의존해왔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과도 맞물린다.

21일 낙농진흥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우유 재고량(탈지분유 포함)은 2010년 1만2658톤에서 2011년 1만846톤으로 소폭 늘어난 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2년 9만1735톤으로 늘어난 우유 재고는 2013년 9만2677톤, 2014년 23만2572톤, 지난해 24만8277톤(11월까지)에 달한다.

우유가 남아돌기 시작하자 우유 가공업체들은 치즈와 요거트, 커피 등 원유 재고 소진이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업 초점을 맞췄다.

특히 우유가 많이 사용되는 인스턴트 컵 커피의 경우 매년 시장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우유가공업체 및 음료제조사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을 필두로 서울우유, 일동후디스, 동원F&B,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 등이 컵 커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50~390ml 용량의 컵 커피를 판해하고 있는데 이는 커피프랜차이즈의 기본 컵 사이즈인 355ml와 비슷한 크기다. 제조업체들은 저렴한 커피를 찾는 소비추세가 이어지는 점에 착안해 컵 크기를 늘려 싼 가격을 무기로 경쟁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컵 커피시장의 후발 주자인 일동후디스와 동원F&B는 지난해 기존 대용량 컵 커피보다 내용물이 50ml 더 많이 들어있는 300ml의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롯데칠성음료는 한발 더 나아가 390ml의 초대형 커피인 '칸타타'를 선보였다. 칸타타 390ml 제품은 컵 형태가 아닌 캔 재질의 병 모양이지만 국내 인스턴트 커피 중 가장 많은 양을 담고 있다.

◇컵 커피 경쟁 발생한 실질적 원인은 '우유 재고 처리'

커피전문점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배경일뿐이고 실제 대용량 컵 커피 경쟁의 가장 큰 목적은 우유재고 소진이라는 또다른 목적으로 인해 시작됐다.

컵 커피 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서울우유는 공통적으로 우유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우유재고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총량의 약 40~60%를 우유로 채워넣는 대용량 컵커피는 우유 가공업체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수익원이자 재고처리를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 됐다. 통상적으로 컵 커피 제품 1개에는 약 150ml의 우유가 들어간다.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매일유업의 바리스타는 컵 커피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또다른 제품인 카페라떼는 17.8%에 달한다.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와 카와도 각각 20.3%, 9.7%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컵 커피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유 제조업체들이 원유를 소진하기 위해 컵 커피 마케팅을 펼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촉발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우유 가공업체 관계자는 "국내 컵 커피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덕분에 우유 재고가 쌓이는 속도를 늦추게 됐다"며 "제품 1개 당 150ml 이상의 우유가 사용되는 만큼 컵 커피 제품 마케팅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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