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 부엌가구 진출 초읽기?…한샘과 신사협정 깨지나

퍼시스·한샘 오너 "각자 사업보호" 약속…지분정리·사무가구 시장진출 등 결렬 신호

퍼시스의 모션데스크 ⓒ News1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퍼시스와 한샘의 두 오너는 각각 사무용 가구와 부엌가구를 주력으로 삼아 서로의 사업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협정이 공식적으로 깨진다면 두 회사의 관계변화를 넘어 오너 1세대의 퇴진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퍼시스는 올해 초 하우징사업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퍼시스의 빌트인 가구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장조사를 맡았다.

퍼시스 관계자는 "건설사로부터 잇따라 빌트인 가구 공급 문의를 받아 2~3명 관련 팀을 꾸렸다"며 "시장을 살펴보는 정도로 현재 회사는 부엌가구 주문을 받아도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빌트인 가구는 수익성이 낮은 붙박이장이 아닌 부엌가구를 의미한다. 퍼시스가 부엌가구시장에 진출한다는 뜻은 한샘과의 경쟁을 의미한다. 한샘의 부엌가구 사업은 1분기 1529억원으로 매출액의 40%를 차지할만큼 주력사업이다.

한샘은 부엌가구 시장에서 30여 년간 점유율 1위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영업능력, 업력, 발주시스템, 시공관리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이 시장을 선점했다. 한샘 입장에서 퍼시스와 같은 후발주자는 당장 위협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계가 퍼시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한샘과 맺은 신사협정 때문이다.

손동창 퍼시스 회장은 한샘에서 일하다가 1983년 한생공업주식회사(현 퍼시스)를 설립했다. 1987년 사명을 한샘퍼시스로 변경할만큼 퍼시스와 한샘의 조력관계는 확고했다. 손 회장은 퍼시스를 설립할 무렵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과 신사협정을 맺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오너는 각각 영위하고 있는 부엌가구와 사무용 가구사업에 침범하지 않기로 약속을 맺었다"며 "2010년 들어 이 약속이 흔들리는 모습이 연출됐지만 공식적으로 파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샘과 퍼시스는 양쪽 주력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발을 들인 상황이다. 한샘은 2011년 사무용 가구 브랜드인 비츠를 선보였다. 비츠에 대한 운영권은 한샘의 계열사인 한샘이펙스가 갖고 있다. 퍼시스의 계열사 한스는 퍼시스의 첫 생산공장이다. 한스는 스텐레스 싱크를 제조 및 유통하고 있다.

특히 두 오너의 비공식적인 신사협정이 업계에서 정설처럼 여겨질 수 있었던 대표적인 배경은 지분관계였다.

조 회장은 2006년 11.6%에 달했던 퍼시스 지분을 모두 처분했고 한스와 지분관계도 정리했다. 한스는 한샘과 퍼시스의 협력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회사다. 주주구성을 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양영일 전 퍼시스 부회장과 손 회장이 나란히 37.5% 지분을 보유했었다. 김영철 전 퍼시스 회장과 조 회장은 12.5%씩 지분이 있었다.

퍼시스의 행보는 본격적으로 아파트 특판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업계에서 나온다.

퍼시스는 그동안 특판 시장 진출을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판 시장은 건설사로부터 계약을 따내기 위해 영업,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고 납품대금 회수기일이 늦어질 수 있어 제품력보다 현금 확보가 성패를 가른다. 이 같은 사업방식과 손 회장의 경영철학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아파트 특판 시장은 올해 초 보루네오가구가 관련 사업을 정리하며 후발주자가 뛰어들기가 종전보다 쉬워졌다.

이 관계자는 "퍼시스는 계열사인 팀스를 위장계열사 논란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돼 새로운 시장을 꾸준히 찾았다"며 "퍼시스 경영진은 부엌가구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고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 실무적인 검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ggm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