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커피믹스는 직사각형 포장이 원조?

1976년 첫 커피믹스는 직사각형… 길쭉한 스틱은 1987년 도입
최근 농심이 커피시장 뛰어들면서 파격 포장변화

농심 '강글리오 커피' © News1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최근 '강글리오'라는 독특한 이름의 커피제품을 내놨다. 녹용에 들어 있는 '강글리오사이드' 성분이 함유된 농심의 커피는 성분과 이름만큼이나 포장도 독특하다.

강글리오 커피를 처음 구매한 소비자들은 농심의 라면제품을 잘못 산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개별포장된 포장지가 농심이 생산하는 라면의 스프모양과 그대로 닮아있기 때문이다. 국내 커피시장의 후발주자인 농심이 커피믹스 봉지를 라면스프 모양으로 한 것에는 신춘호 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기존의 제품과 차별성을 강화하라는 주문이 라면스프와 닮은 모습의 포장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1976년 동서식품에서 출시한 세계최초 커피믹스 '맥스웰 하우스 커피믹스' © News1

지금에 와서는 라면스프와 닮은 사각형 모양의 커피믹스 제품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리가 맨 처음 마셨던 커피믹스 제품도 사각형 모양이었다. 1976년 동서식품이 '맥스웰하우스 커피믹스'로 세계 최초 출시한 커피믹스는 넓은 직사각형 모양의 파우치 형태의 포장에 담겨 있었다. 당시는 커피와 설탕, 크리머가 봉지 안에 한꺼번에 담겼다.

길쭉한 스틱형태로 변화된 '맥심 커피믹스' © News1

최근과 같이 길쭉한 막대 형태의 스틱 포장이 도입된 것은 1987년부터다. 당시 디자인을 바꾼 것은 동서가 '동결건조'라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주기위한 이유가 컸다. 포장이 변화되면서 커피믹스를 마시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커피, 설탕, 크리머가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1996년 설탕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 제품이 나와 기호에 맞게 건강하게 마실 수 있다는 이미지가 더해졌다.

현재 우리가 먹는 스틱형 커피믹스 모양이 완성된 것은 5년 전이다. 2008년에 소비자들이 포장 개봉 시 잘 뜯기지 않아 느끼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낱개 포장을 가로로 쉽게 뜯을 수 있도록 이지컷(Easy-cut) 방식이 마지막으로 도입됐다.

동서식품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 © News1

20여년이 넘게 이어져 오던 커피믹스 포장 형태는 최근 인스턴트 커피믹스 시장의 한 부분을 원두커피가 새롭게 차지하면서 모양이 크게 변형됐다. 커피, 설탕, 크리머가 들어갔던 기존의 커피믹스와는 달리 원두커피만 들어가기 때문에 줄어든 용량만큼 자연스럽게 길이는 짧아졌다. 또 기존의 스틱형 커피믹스 포장의 장점은 가져오되 세련된 디자인을 살린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커피믹스 패키지 포장에 광고모델의 얼굴이 들어가게 된 것에도 사연이 있다. 1989년 네슬레가 마일드 제품을 출시하며 인기를 끌자 동서식품도 이어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를 출시했다. 하지만 인스턴트 커피믹스 제품의 패키지가 비슷한 색상과 규격으로 디자인돼 소비자들이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2003년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커피믹스 최초로 제품 패키지 포장에 광고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대부분의 인스턴트 커피믹스 패키지에 모델 얼굴이 삽입돼 있다. 때문에 요즘 인스턴트 커피믹스는 제품 모델이 곧 커피를 상징하게 이르렀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연간 1조2000억원 규모이다. 최초로 커피믹스를 출시한 동서식품이 계속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남양유업, 롯데칠성, 농심 등 후발주자들이 지속적으로 커피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믹스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동서가 79.6%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양유업이 12.5%, 네슬레가 5.1%, 롯데칠성음료의 칸타타 1.3%로 뒤를 잇고 있다.

뒤늦게 커피시장에 뛰어든 농심은 3년내에 커피시장에서 점유율 두자리수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기존의 틀을 벗기 위해 익숙한 커피믹스 포장까지 바꾸며 야심차게 진출한 농심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잠깐 출시된 독특한 포장의 커피믹스 제품으로 기억 속에만 남을지 궁금해진다.

fro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