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빙자한 기술 탈취 무방비"…외국인 투자 심사 강화 서둘러야

與 김원이 의원실·한경협 '외국인투자 안보심사제 개선 세미나'
美·EU·日 안보심사 강화했는데…韓 제도 안전망은 '구멍 숭숭'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기술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FDI)의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어 혹시 모를 국부 유출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울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해외 자본 유입을 깐깐하게 심사하지만 한국은 외국인 투자 안보심사제도의 적용 범위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설명이다.

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한국경제인협회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외국인투자 안보심사제도 개선과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조 교수가 지난 1월 한경협 의뢰로 연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우리나라의 해외 유출 산업기술은 총 110건, 피해액은 23조2700억 원에 달한다. 이중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기술이 33건(30%)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38%로 가장 많았다.

조 교수에 따르면 기술 유출 방식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인력을 빼가는 '인재 스카우트'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합작법인(JV) 설립, 소수지분 투자, 해외 R&D(연구개발)센터 설립 등 '위장 투자'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유럽(EU), 일본 등 주요국은 일찌감치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심사 지분요건(외국인 지분 50% 이상 취득)과 심사 대상(그린필드 투자 제외) 등 안보심사의 적용 범위가 주요국보다 훨씬 느슨한 실정이다.

조 교수는 "미국·EU·일본 등 주요국은 소수지분, 그린필드 투자, 간접지배구조까지 투자 안보심사 범위를 확대하며 경제안보 기반 심사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제도에 대해선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은 방산, 전략물자, 국가기밀, 국제평화, 국가핵심기술, 국가첨단전략기술 등 6개 분야로 심사 대상을 한정하고 있고, 외국인의 지분 취득 기준도 50%를 넘어야 심사 대상이 된다"며 "주요국과 비교할 때 안보심사 범위와 기준, 절차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시급한 제도 개선 과제로 △안보심사 대상 분야 확대 △지분 취득 기준의 합리적 조정 △그린필드 및 간접지배 투자에 대한 규율 도입 △절차적 명확성 제고를 위한 사전 문의제도 운영 강화 등을 제안했다.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뉴스1

정부도 제도 손질 필요성에 동의했다. 박헌진 산업통상부 투자정책과장은 "이제는 외국인 투자의 규모를 넘어 어떤 유형의 투자인지, 우리 산업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안보 심사를 통한 투자 검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안보심사 대상 범위 확대 논의와 함께 심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집행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채수홍 무역안보관리원 정책협력실장은 "조건부 투자 승인이 이루어진 건에 대해 사후 이행 점검 등 신고→ 심사→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전주기 관리를 통해 형식적 승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위험 관리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이 의원은 "외국인의 전략기술과 핵심인프라 투자가 국가 산업 경쟁력과 안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안보심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오늘날 외국인 투자는 단순 자본 유입을 넘어, 기술·데이터·공급망과 직결되는 전략적 투자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안보심사제도는 전략기술 보호와 우회투자 방지 등을 통해 경제안보 리스크를 관리하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