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장고 美 대법원…기류 변화 속 韓 파장 '촉각'
상호관세 판결 미루는 美 대법원…'정치적 판단' 작용할 듯
'플랜B' 예고 트럼프, 파장 미미…"韓엔 합헌 유리" 해석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적법성을 심리 중인 미국 연방대법원이 장고(長考)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위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관세 환급을 노린 줄소송까지 잇따랐지만, 연방대법원이 숙고를 거듭하자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계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어떤 결과가 나오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인 가운데 합헌 결정이 다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1일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관련 헌법 합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은 특정 날짜에 어떤 판결을 발표할지 미리 고지하지 않지만, 이날 최종 판단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인 상황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대법원이 휴정에 들어가기에 최소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판결 예상 시점이 이달 9일→14일→20일로 밀렸다가, 다시 2월 중순 이후로 늦춰지면서 연방대법원이 장고하는 모양새가 됐다.
'위헌 결정'이 우세하다고 판단했던 시장 전망도 뒤숭숭해졌다.
소송의 쟁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 조치가 적법했는지'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미국의 안보·외교·경제에 대한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외국과의 경제적 거래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1심과 2심 모두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상호관세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보수 성향이 짙은 대법원마저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면서 위헌 가능성에 무게가 쏠렸다. 이에 대한전선 미국법인을 비롯한 전 세계 1000여개 기업이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줄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연방대법원이 법리 판단을 넘어선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불리한 판결이 나온다면 우리는 망한다(screwed)", "우리가 되돌려줘야 금액은 수조 달러가 될 것"이라며 연신 대법원을 압박 중이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늦추며) 논리를 찾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기류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이미 여러 국가와 상호관세 합의를 이룬 상황에서 이를 뒤집는 (위헌) 결정은 국정 동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며 연방대법원의 정치적 판단 가능성을 제기했다.
관건은 한국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다. 산학계에선 '위헌이든, 합헌이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상호관세가 합헌이 되면 미국 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 '현상 유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상호관세가 무효가 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관세법 122조 등 '플랜 B'를 가동할 공산이 크다. 관세 부과의 근거법만 달라질 뿐, 결과는 같다는 것이다.
김동영 전문연구원은 "상호관세는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천명한 매우 정치적 개념에 가깝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는 이상, 합헌 여부를 따지는 것은 시선 돌리기에 불과할 뿐 큰 틀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수출 구조를 뜯어보면 합헌 결정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철강·가전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업종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파생관세를 부과받고 있어 상호관세와 무관하다. 되려 위헌 결정 땐 상호관세의 '대체재'가 등장하거나, 기존 품목 관세가 확대되는 등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아름 수석연구원은 "상호관세가 무효가 되면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역확장법 232조"라며 "(미 상무부가) 지난해부터 조사 중인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풍력터빈, 산업기계 등의 (관세 부과) 결과가 연이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품목 관세' 카드를 꺼낸 상황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뉴욕주에서 열린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모든 메모리 생산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만 존재한다. 100% 관세를 지불하거나,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를 압박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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