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복원한 삼성·재개발 막은 현대차…'상하이 임정 청사' 지켜냈다(종합)
삼성물산 "60년 방치 청사 복원하자" 숭산프로젝트 가동
2004년 재개발 위기 처하자 정몽구 "韓기업 참여하겠다"
- 최동현 기자,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양새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의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7일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청사를 남몰래 복원하고 한국의 '독립혼'(獨立魂)을 보존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민간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1992년 8월 한중수교가 체결되기 2년 전인 1990년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던 중,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가 60년 가까이 방치돼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이른바 '숭산(嵩山) 프로젝트'였다.
상하이 청사는 1932년 4월 항저우로 거점을 옮기기 전까지 1926년 7월부터 6년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90년 삼성물산이 답사를 하기 전까지 58년간 민가에 방치돼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
당시 상하이 출장을 떠났던 이재청 삼성물산 유통본부 영업담당 부장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복원하자"고 건의했고, 본사 경영회의를 통과하며 '숭산 프로젝트'로 명명됐다.
삼성물산은 사전 조사를 통해 청사 복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당시 문화부와 독립기념관의 협조를 받아 1991년 중국 상하이시(市)와 복원합의서를 채택했다.
청사 건물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겐 이주 비용까지 지원하며 청사 부지를 확보하고, 청사의 계단과 창틀까지 세심하게 손질했다고 한다. 1920년대에 실사용했던 탁자, 의자, 침대 등을 수집해 회의실, 부엌, 접견실, 집무실, 요인 숙소를 60년 전 모습 그대로 재현했다.
숭산 프로젝트는 1993년 4월13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에 맞춰 준공됐다. 준공식에 참석한 윤봉길 의사의 손자 윤주웅 씨는 "할아버지가 비감한 마음으로 수시로 드나들었을 임시정부 청사가 복원되는 것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설렘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진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독립 유공자 지원 및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 복원에 직접 나섰다.
정 명예회장은 2004년 5월 중국 상하이시 정부청사에서 한쩡 상하이 시장과 면담을 갖고,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보존을 위한 차원에서 임시정부 청사가 위치한 상하이시 로만구 지역 재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2010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있던 상하이시는 임시정부 청사를 포함한 로만구 일대(약 1만4000평)를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는데, 국내에선 임시정부 청사의 온전한 보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상하이시는 '임시정부 청사 부근만 재개발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전개됐다. 이때 정 명예회장이 직접 한국 기업이 사업을 담당할 수 있도록 상하이시 측에 협조를 요청하며 반전의 물꼬가 터졌다.
정 명예회장은 "첨단의 미래와 옛 황금기 중국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국제도시인 상하이시에 위치한 임시정부 청사는 한국의 독립혼과 정통성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 의미가 남다른 민족적·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라며 "임시정부 청사에 관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감안해 한국이 재개발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후 한쩡 상하이 시장과 이창동 당시 문화부 장관의 면담이 성사됐고, 결국 상하이시가 추진하던 재개발 프로젝트가 유보되면서 임시정부 청사는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독립에 헌신한 순국선열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독립유공자 보훈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인적·물적 자원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훈 활동에 국가보훈부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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