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기업규모 차등규제 149건 발의…성장 회피 고착화 우려
규제 증가형 94건 '상법 집중', 혜택 축소형 55건 '조세특례법'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22대 국회 출범 후 약 1년 7개월 간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법안이 149건 발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기업들의 성장 회피가 고착화될 우려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활동과 연관성 높은 12개 법률을 기준으로 22대 국회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발의된 1021개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6일 밝혔다. 현재에도 해당 법률에 차등 규제가 343건이 존재하는데 다량의 규제가 추가 발의된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등규제는 특정 규모 이상 기업에만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증가 유형'과 규모가 클수록 각종 혜택을 줄이는 '혜택축소 유형'으로 구분된다.
대한상의는 "이러한 제도적 구조가 경제 전반을 성장 기피 생태계로 고착화하고 있다"며 "근거가 불명확한 규모 기준을 반복적으로 확장해 온 입법 관행을 전면 재검토하고 규제 패러다임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 증가형' 규제는 총 94건으로 집계됐다. 규제 증가형은 일정 규모의 자산이나 종업원 수 이상 기업에만 추가적인 법적 책임을 지우는 방식이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성장 유인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법률별로는 상법이 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통산업발전법(12건), 산업안전보건법(7건), 공정거래법(6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상법은 현 정부 들어 개정 논의가 집중되면서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가 가장 많이 발의된 분야로 꼽혔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에만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지배구조·의사결정 관련 의무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이 집중적으로 발의됐다.
상의는 이같은 차등규모 규제가 합리적 근거 없이 반복·확장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산 2조원 이상'이라는 기준이 2000년 도입된 이후 경제 규모가 크게 변화했음에도 별도 검증 없이 관행적으로 차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는 22대 국회에서 55건 발의됐다. 이 유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기업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중소·중견기업에만 혜택을 부여하거나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제 수준을 대폭 낮추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는 전부 조세특례제한법에 집중돼 있었다. 연구개발(R&D), 시설투자, 특정 기술개발 등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되,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간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상의는 이같은 제도 설계가 효율성과 전략성 측면에서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해외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주체는 대기업인데 정작 세제 혜택은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간 형평성에 초점을 맞춘 설계가 글로벌 경쟁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 역시 명확한 정책적 기준 없이 기존 법체계를 관행적으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했다. 기업 규모별로 적용되는 공제율 구조가 여러 조항에서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는데, 별도의 효과 분석이나 실증 근거 없이 기존 기준을 그대로 가져온 결과라는 설명이다.
상의는 "미국 IRA 법안 등 주요국의 세제 지원 사례를 보더라도 기업 규모에 따라 혜택을 차등하는 방식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글로벌 경쟁 환경에 맞는 세제지원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책 목적과 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나누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다"며 "누적된 규모별 차등 규제를 전면 재점검하고,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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