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턴 이재용, 첫 M&A '전장' 찍었다…JY 색깔 진해진다

하만, 獨 ZF사 ADAS 사업 2.6조에 인수…올해 최대 규모 '빅딜'
李 첫 M&A 성과 하만, 8년만 영업익 13배↑…추가 M&A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공동취재) 2025.10.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다시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인수하면서 종합 전장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 등재 이후 단행한 첫 인수합병(M&A)이 하만이었고 이번 ADAS 인수는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이후 첫 M&A다.

인수 금액은 총 15억 유로(약 2조6000억 원)로 올해 삼성전자 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전장 힘주는 삼성전자, 계열사 삼성전기와도 시너지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사(社)의 ADAS 사업을 인수해 신성장동력인 전장 사업을 강화한다고 23일 밝혔다. 내년 중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만이 인수하는 ZF ADAS 사업은 25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ADAS 스마트 카메라 업계 1위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다양한 시스템온칩(SoC) 업체들과 협업으로 차별화된 ADAS 기술을 확보하고,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 ADAS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로 ADAS 시장에 단숨에 진출하게 됐다. 글로벌 ADAS 및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시장은 올해 422억 달러에서 2035년 1276억 달러로 10년 뒤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산업이다. 삼성전기가 ADAS 부품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에 따른 계열사 간 매출 확대 시너지도 기대된다.

하만은 기존 글로벌 1위인 디지털 콕핏 기술에 ZF의 ADAS 역량을 결합해 차량 내 경험과 주행 보조 기능을 통합 제어하는 차세대 설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무선 업데이트(OTA)가 용이하고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플랫폼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최고경영자(CEO) 겸 오토모티브 사업 부문 사장은 "하만의 전장 분야 전문성과 삼성의 IT 기술 리더십을 결합해, 자동차 업체들의 SDV 및 차세대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전환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은 "이번 인수는 모빌리티 산업의 전환을 이끄는 하만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삼성전자의 장기적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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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첫 M&A 성과 하만, 8년 만에 '성장동력' 발돋움

재계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7월 대법원 판결로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이후 단행된 첫 대형 M&A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 회장이 3대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인공지능(AI)·바이오·전장 중 하나에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 자금을 쏟으며 '뉴삼성' 행보를 더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이 지난달 정식 조직으로 격상한 사업지원실이 주도한 첫 인수합병이란 점도 전장 사업을 키우겠다는 이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업지원실 내엔 M&A팀이 신설됐는데, 팀장은 2017년 하만 인수를 주도했던 안중현 사장이 맡고 있다.

하만은 이재용 회장이 2016년 9월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뒤 처음 단행한 M&A란 점에서도 각별한 자회사다. 인수 첫 해 1000억 원 수준이었던 하만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3000억 원으로 1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7조1000억 원에서 14조1000억 원으로 두 배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하만의 사업은 전동화와 자율주행이라는 미래 시장과도 연관이 있지만, 동시에 이재용 회장이 주도한 첫 M&A 성과물이란 점에서 (경영 성과의) 척도처럼 여겨지는 사업"이라며 하만의 사업 확장 의미를 설명했다.

업계는 이른바 'JY 경영'의 색깔을 보여줄 추가 M&A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후보군으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AI와 로봇, 공조, 메디테크 등 다양한 신성장 분야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M&A 후보 업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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