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본원적 기술 경쟁력 회복"…2년 만에 반도체 현장 방문
李, 2년2개월만 NRD-K 방문…반도체·DT·로봇 '신성장' 살펴
'사즉생'→과감한 혁신·투자' 달라진 톤…반도체 왕좌 탈환 고삐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업장을 찾아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밝혔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경기도 기흥캠퍼스와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선행기술 개발 현황과 디지털 트윈(DT)·로봇 제조 자동화 시스템 구축 진척을 살펴본 뒤 이같이 주문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전 기흥캠퍼스 내 DS부문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인 'NRD-K'를 찾아 R&D 시설 현황을 점검하고 메모리·파운드리(위탁생산)·시스템반도체 3대 사업부의 차세대 제품 및 기술 경쟁력을 살폈다.
이 회장이 NRD-K를 공개적으로 찾은 것은 2023년 10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NRD-K는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건설한 최첨단 복합 R&D 단지로, 공정 미세화에 따른 기술적 한계 극복과 첨단 반도체 설계 기술 개발을 수행한다. 2030년까지 총투자 규모는 20조 원에 달한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에는 화성캠퍼스를 찾아 디지털 트윈 및 로봇을 적용한 제조 자동화 시스템 구축 현황을 시찰하고,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현황도 점검했다. 이어 전영현 부회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DS부문 주요 경영진과 글로벌 첨단 반도체 산업 트렌드와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10나노급 6세대 D램(D1c), 400단대 낸드플래시(V10) 등 최첨단 반도체 제품 사업화에 기여한 개발·제조·품질 소속 직원들과도 간담회를 갖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이 회장은 간담회에서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연말 행보로 삼성 반도체와 AI 기술의 산실(産室)을 직접 찾아 '기술 경쟁력'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분석한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에서 '반도체 부활'에 대한 자신감을 읽어내는 분위기다. 삼성 반도체가 고전했던 올해 3월 "사즉생"(死卽生), "독한 삼성"을 언급하며 뒤처진 혁신을 채찍질했다면, 이날 발언은 기술 혁신을 통한 '왕좌의 복원'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다.
삼성 반도체는 HBM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늦어지면서 올 2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이 4000억 원대로 쪼그라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3분기에는 역대 분기 최고 매출인 33조 1000억 원, 영입이익은 무려 17배 뛴 7조 원을 기록하며 '반등 모멘텀'을 잡았다.
발판은 '기술 경쟁력 회복'이었다.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한 HBM3E(5세대)는 전 고객사로 판매를 확대, 출하량이 2분기 대비 1.8배 이상으로 늘었다. 6세대 HBM4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에게 샘플 출하를 완료한 상태다.
특히 내년 하반기 엔비디아 차세대 AI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HBM4는 내부 기술 평가에서 11.7Gbps(기가비트/초) 수준의 업계 최고 성능을 확보했다. 엔비디아 자체 기술 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의 '광폭 세일즈'도 반도체 경쟁력 부활을 견인했다. 이 회장은 올해 하반기 사법리스크를 털어내자마자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 최고경영자(CEO)와 연쇄 회동하며 삼성의 난제(難題)를 직접 푸는 해결사로 나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깐부회동'으로 삼성전자의 숙원 중 하나였던 HBM의 엔비디아 납품을 공식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올 8월 대부분을 미국에 체류하며 두 차례 황 CEO를 만나 'HBM 동맹' 밑그림을 다졌는데, 때마침 DS부문의 HBM 기술 경쟁력이 갖춰지며 '빅딜'이 성사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 밖에도 국내외를 오가며 △레이쥔 샤오미 회장(3월) △왕촨푸 비야디(BYD) 회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4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4월·10월)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11월)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11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12월) △리사 수 AMD CEO(12월) 등과 만났다.
재계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반도체 왕좌'를 탈환할 것으로 본다.
KB증권 등은 삼성전자의 내년 HBM 판매량이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D1c 공정과 SF4(파운드리 4나노) 공정에서 업계 최고 수준 성능을 확보했다"며 "유일한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로직다이→패키징까지 전 공정 일원화(Turn-key)가 가능해 경쟁 우위 확보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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