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 '후퇴기업' 3년간 1147곳…성장 멈춘 韓 제조업

제2차 기업성장포럼 "규모별 차등 지원 폐지, 지주사 GP 보유 허용"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제조업 분야 대·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후퇴기업'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선 '성장기업' 수를 역전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한국 제조업의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 확대와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0일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2차 기업성장포럼' 주제 발표에서 "중소·중견 신생기업이 감소하고, 신생률도 둔화해 한국 기업의 성장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며 '스케일업 하이웨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견련에 따르면 2021~2023년 3년간 국내 제조업 분야에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기업은 1147곳,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중소기업은 931곳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후퇴기업'이 '성장기업'의 수를 앞지른 셈이다. 지난해 '고성장기업'(매출·상용근로자 20% 이상 증가)도 1322곳으로 10년 전(1615곳)보다 줄었다.

경제계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견기업이 급격히 줄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정 원장은 "대·중견기업은 신생률 감소와 소멸률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다"며 "특히 중견기업 자연증가율도 최근 4년 내내 0%대에 머물러 '중간층 부재'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차별적 지원·세제혜택 △기업 규모별 차별규제 △전략적 자본의 부재(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을 꼽으면서 "이러한 성장 제약 요인을 해소하고 성장에 대한 보상을 통해 혁신이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게 하는 '스케일업 하이웨이'(Scale-up Highway)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3대 전략으로 △성장 인센티브 △스마트 규제개혁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제시했다.

'성장 인센티브'는 프랑스·영국처럼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지원하고 연구개발(R&D) 지출 증가율 등 성과를 반영한 혁신지향형 세제다. '스마트 규제개혁'은 사전적 규모별 차등규제를 철폐하고 '사후적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생산적 금융'은 일반지주사의 펀드 운용사(GP) 보유를 허용하고 금융-산업 자본 간의 융합을 활성화하는 내용이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대기업의 자본이 스타트업의 실험과 혁신을 견인할 수 있도록 '생산적 금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진열 부산대 교수는 "인공지능·첨단 바이오·양자컴퓨팅 등 딥테크 분야에서는 수십·수백조 원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데, 현 제도하에서는 원활한 자본 조달이 어렵다"며 공정거래법의 재설계를 제안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정철 원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을 비롯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 등 정부 인사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