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시대 병목 현상, 韓 스피드로 해결 자신"(종합)

[경주 APEC] 1990년대 벤처붐 언급하며 "韓, AI 테스트베드로 기여"
레이벤메타 쓰고 현대차 휠체어 모빌리티 참관…"얼마나 빨리" 관심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SK그룹 주관으로 열린 \'퓨처테크포럼 AI\'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SK그룹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경주=뉴스1) 최동현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8일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쇼티지(공급 부족) 현상과 관련해 "대한민국이 새롭고 아주 빠르게 적응하는 스피드로 AI 시대의 보틀넥(병목) 현상을 풀어내는 테스트 베드(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SK그룹 주관으로 열린 '퓨처테크포럼 AI'에서 "지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많이 지어야 하는데, 거기 들어가는 칩(Chip)부터 에너지까지 모두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I 산업은 폭발적 성장에 더해 미중갈등의 핵(核)으로 떠오르면서 유례없는 황금기를 맞았다. 이에 고대역폭메모리(HBM)부터 송전망까지 핵심 소재들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쇼티지' 현상이 골칫거리다.

최 회장은 정보기술(ITC) 산업에 유독 민첩하게 적응하는 한국 시장이 AI 산업의 훌륭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1990년대 말 우리나라 IT 발달의 물꼬를 텄던 '벤처붐'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이 많은 테스트 베드가 되고 전 세계 AI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도 패널 토론에서 1990년대 말 정부 주도로 브로드밴드(광대역통신)를 전국에 매설하는 '1차 벤처붐'으로 한국이 단숨에 인터넷·모바일 강국에 올라섰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AI 시대에도 빠르게 인프라를 깔아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영상 SK텔레콤(SKT)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SK그룹 주관으로 열린 \'퓨처테크포럼 AI\'에서 가진 패널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2025.10.28 ⓒ News1 최동현 기자

미국 빅테크 등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협력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아주 긴밀히 협업해서 컴퓨팅 인프라 구축 사업,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 기술 자립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100% 모든 것을 국산화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플레이어와도 같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퓨처테크포럼 AI는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부대행사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도전과 기회, 국가 AI 생태계 전략과 해법 모색'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엔 미국, 싱가포르, 페루 등 APEC 주요 참가국 정부, 기업, 학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 매트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 사이먼 밀너 메타(Meta) 부사장, 글로벌 AI 석학인 최예진 미국 스탠포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 교수 등 AI 업계를 선도하는 국내외 인사들도 연사와 토론자로 나섰다.

메타와 레이밴이 협업해 만든 첫 스마트글래스 '레이밴메타'를 착용하고 강단에 선 사이먼 밀너 메타(Meta) 부사장. 2025.10.28/뉴스1 최동현 기자

하정우 수석은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전략'을 소개하며 "전방위적으로 고품질의 특화 데이터를 확보하고 AI 고급 인재 양성을 집중 지원해 AI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AI 발전에는 기업과 국민, 글로벌 파트너의 협력이 토대가 돼야 하는 점을 강조하며 최 회장이 제시한 기술자립과 신뢰기반 협력에 공감했다.

최수연 대표는 '한국형 풀스택 AI 구축 경험과 산업 적용 교훈'을 주제 발표에서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를 직접 설계·운영하며 자립형 기술 기반을 쌓아 왔다"며 한국형 인공지능(AI) 풀스택 구축 경험을 공유했다.

매트 가먼 AWS CEO와 니틴 미탈 딜로이트 글로벌AI리더는 ‘AI와 지역 혁신의 미래’에 대해 대담을 갖고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는 AI의 미래에 대한 경험과 방향을 공유했다. 사이먼 밀너 메타 부사장은 메타와 레이밴이 협업해 만든 첫 스마트글래스 '레이밴메타'를 착용하고 강단에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경주 APEC CEO 서밋 의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28일 오후 경북 경주 엑스포공원 에어돔에서 APEC CEO 서밋 부대행사인 'K-테크 쇼케이스'를 방문, 메타와 레이밴이 협업해 만든 첫 스마트글래스 '레이밴메타'를 착용하고 있다. 2025.10.2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한편 최 회장은 이날 포럼에 참석하기 전 매트 가먼 AWS CEO와 함께 'K-테크 쇼케이스' 전시관 현장을 방문해 국내외 기업들의 첨단 기술을 둘러봤다. 이들은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와 액침냉각 설루션, SKC의 유리기판 등 AI 데이터센터 최신 기술을 유심히 살폈다.

삼성전자 부스에선 대중에 최초 공개된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가칭)을 살펴봤다. 두 사람은 메타 부스에서 메타의 스마트글래스인 '레이밴베타'를 착용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반투명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메시지 확인·번역·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현실 시야 위에 바로 띄울 수 있다.

최 회장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스마트글래스에 대한 호기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대차 부스에서 휠체어 형태의 모빌리티를 감상할 때는 "이건 얼마나 빨리 갈 수 있죠?"라고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는 31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5년 만에 방한해 공식 석상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황 CEO가) 한국과의 새로운 협력 모색에 관련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총수들과 함께 젠슨 황 CEO와 비공개 만찬을 가질 것이란 보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