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로 선 '세기의 이혼'…대법 판결에 SK 지배구조 '분수령'

항소심 확정 땐 1.4조 재산분할…재계 2위 SK 경영권 분쟁 '신호탄'
"쟁점 뒤집히면 반전"…특유재산·300억 비자금·기여도 판단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이 오는 16일 대법원판결로 최종 결론이 나온다. 쟁점은 항소심이 선고한 1조 4000억 원의 재산분할금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두 당사자는 물론,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의 지배구조까지 사법부의 판단에 운명이 달린 형국이다.

항소심 확정 땐 SK그룹 '경영권 위기론' 부상

14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오전 10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선고 기일을 연다. 지난해 5월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지 1년 5개월, 두 사람이 이혼 소송을 시작한 지 6년 8개월 만이다.

핵심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옛 대한텔레콤)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볼 것인가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일방의 고유재산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원칙이다. 노 관장 몫 재산분할액이 665억 원(1심)에서 1조 3808억 원(2심)으로 급증한 이유도 ㈜SK 주식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만일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확정하면 SK그룹은 '지배구조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최 회장의 재산은 급여와 배당금, 퇴직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주식이다. 재산분할금 1조 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려면 상당수 주식을 처분해야 해야 한다. 주식을 처분하는 동시에 '경영권 위기론'이 불거질 수 있는 구조다.

최 회장의 재산은 크게 △㈜SK 주식 1297만 5472주(17.90%) △SK디스커버리 보통주 2만 1816주(0.12%)·우선주 4만 2200주(3.22%) △SK케미칼 우선주 6만 7971주(3.21%) △SK텔레콤 303주(0.00%) △SK스퀘어 196주(0.00%) △SK실트론 29.4%(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한 간접 보유)로 형성돼 있다.

㈜SK 주식 가치는 13일 종가 기준 2조 8806억 원이다. 다만 최 회장은 ㈜SK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고, 다른 총수에 비해 지분율 자체가 높지 않아 섣불리 주식 처분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SK 지분의 과반(54.9%)인 713만 3588주(9.84%)가 이미 금융권 담보로 잡혀있는 점도 한계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항소심 선고 직후였던 지난해 6월 칼럼에서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지분을 일부 양도하거나 매각해야 한다면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현재 25%에서) 2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행동주의 캠페인의 위협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도 쉽진 않다. 최 회장은 현재 매물로 나온 SK실트론의 29.4%를 보유 중인데, 시장에선 지분 가치로 약 2조 원 안팎을 추산한다. 하지만 최 회장의 지분을 뺀 나머지 70.6% 지분에 대한 매각가를 놓고도 SK(5조 원)와 시장(2조 원)의 견해차가 커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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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하나만 뒤집혀도 반전" 재계 촉각

반면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을 결정하면 SK그룹은 큰 시름을 덜 수 있다. ㈜SK 주식의 특유재산 여부를 포함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 유입 여부, 최 회장이 2018년 친인척 등에 나눠준 SK㈜ 349만여 주가 분할 재산에 포함된 점 등 주요 쟁점 중 하나라도 뒤집힌다면 재산분할액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1년 3개월여간 수십 차례의 의견서를 통해 항소심 판결에 담긴 법리적 오류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을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착각해 최 회장의 기여도를 잘못 측정했다가, 이례적으로 판결문을 경정(수정)한 점도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텔레콤은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이자,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한 최 회장 부부의 공동재산 약 4조 원 중 3조 원의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재산이다. 최 회장 측이 항소심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항소심 재판부가 재산 분할과 관련해 치명적 오류를 범했다"며 판결을 다시 해야 한다고 호소한 이유다.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의 성장 기여도를 측정하면서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는 10배 뻥튀기를,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0분의 1로 축소를 했다는 것이 골자다. 잘못된 계산은 '재벌 2세'인 최태원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탈바꿈시켰고, 대한텔레콤은 최 회장이 물려받은 고유 재산이 아닌 전처(前妻)와 나눠야 하는 '분할 재산'으로 둔갑했다는 게 최 회장 측의 주장이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당시 "분할 비율이 달라지면 항소심 파기 사유가 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법리"라며 "재판 결론을 당장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3조 원에 가까운 SK㈜ 주식이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큰 재산이 돼서 고유 재산이라고 보면 1심 판결처럼 (분할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SK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판단하더라도 수정된 기여도(최 회장 기여도 10분의 1 축소)가 반영된다면 노 관장의 기여도 역시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SK그룹이 '300억 비자금'과 '6공화국 후광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점도 노 관장의 기여도를 낮춰 분할 비율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변호사는 "현재 판결의 (분할) 비율 부분을 유지하더라도 선대회장의 기여도 부분을 빼고 계산해야 되니 (노 관장 몫) 금액은 줄어들 것"이라며 "만약 ㈜SK 주식이 빠지게 되면 금액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 변호인단이 주장한 항소심 재판부의 '치명적 오류'(SK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