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가정신 지수 톱티어인데 성과 미흡…규제·인력 '걸림돌'"

한경협·WB 공동 세미나 "규제 혁신·노동 유연화·투자 활성화 필요"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한국의 글로벌 기업가정신 종합지수는 전 세계 5위로 최상위권 수준이지만, 성과 지수는 10위에 머물러 투입 대비 효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규제·투자·인력 지수는 9~20위에 머물러 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2일 한국경제인협회와 세계은행이 공동 개최한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기업가정신' 세미나에서 기조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2023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에서 미국이 109.2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107.0으로 5위를 기록했다"며 "한국은 정부정책(3위), 기술(2위) 등 투입 요인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성과 지수는 99.5로 10위에 머물러 창업·성장·글로벌화 측면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규제(13위), 인력(20위), 투자(9위)가 병목으로 작용해 투입의 우수성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글로벌 혁신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 노동시장 유연화, 민간투자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레드릭 므녜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주제 발표를 통해 "신규 법인밀도를 기준으로 국가간 기업가정신 수준을 살펴보면, 한국은 2006년 대비 2023년 창업이 두 배 가까이 늘었으나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더욱 역동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규 법인밀도는 한 나라에서 1년간 새로 등록된 유한책임회사의 수를 15~65세 인구 1000명으로 나눈 값이다. 한국의 2023년 성인 1000명당 신규 법인 수는 3.5개로 호주(18.1개), 뉴질랜드(16.1개)에 크게 못 미친다.

'기업가들이 직면한 도전과 극복 전략' 세션에서는 불닭볶음면을 통해 K-푸드 돌풍을 일으킨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와 스타트업 대표로 모로코 핀테크 기업 'Chari'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이스마엘 벨카얏이 발표자로 나섰다.

김동찬 CEO는 "삼양식품이 '너무 맵다'는 이유로 불닭볶음면 개발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미래를 선택하는 기업가정신이야말로 새로운 시장을 열고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힘"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경협이 세계은행과 협력해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를 처음으로 개발한 데 따른 후속 행사이자, 양 기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한경협은 세계은행 기업가정신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GEI)를 일차적으로 개발했다. 양 기관은 이를 글로벌 스탠다드 지표로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