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고객 2명→650만 명으로"…하나투어 '코로나 극복기'
송미선 대표, 한경협 제주포럼 강연…"매출 0원, CI부터 바꿨다"
'초개인화' 타깃 리밸런싱으로 매출 급성장…"동남아 공략 준비"
- 최동현 기자
(제주=뉴스1) 최동현 기자
"유일하게 허니문을 떠나는 한 쌍이 나왔습니다. 그분들이 출국할 때 전 직원이 피자를 먹었어요. 지금은 애플리케이션 월 활성고객이 650만 명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입·출국이 봉쇄됐던 시절, 업계 1위를 달리다가 '매출 0원'으로 추락한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겠다"며 CI(기업 로고)부터 뜯어고쳤다. 매출절벽을 딛고 제2의 전성기를 연 하나투어(039130)의 이야기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이사는 18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5년 한국경제인협회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서 '500억 적자, 코로나 위기를 정면 돌파한 리더십'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여행업계가 고사(枯死)했던 코로나19 시기에 하나투어가 대대적 리밸런싱에 돌입한 사연을 소개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이전 패키지여행 시장 점유율 33%를 장악한 업계 1위 여행사였다. 인천공항 이용객 5명 중 1명이 하나투어 고객일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자 연 매출이 '제로'(0)로 급전직하했다. 송 대표는 "제가 2020년 3월2일 입사했는데, 딱 한 달만에 코로나가 찾아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나투어의 선택은 '리밸런싱'이었다. 송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시장이 열리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시장에 다시 나갈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여행업을 제외한 화장품, 면세점, 호텔, 문화공연, F&B(식음료)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가 새 비전을 담은 CI를 선보인 것도 코로나19가 절정이었던 2021년이었다.
리밸런싱의 키워드는 '초개인화'였다. 송 대표는 "하나투어는 패키지 여행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데이터를 보면 자유여행 이용객이 훨씬 많았다"며 "패키지와 자유여행이라는 이분법을 해체하고 새벽 출발, 단체 행동, 쇼핑 강요 등 기존 상품의 단점을 모두 제거했다"고 했다.
이렇게 나온 상품이 '하나팩 2.0'이다. 이용객은 하나투어 홈페이지 또는 앱에서 여행하고 싶은 지역, 호텔, 식당, 관광지를 자유롭게 장바구니에 담아 일괄 결제할 수 있다. 이용객들이 서로 만나는 순간은 공항 뿐이다. 패키지 여행과 자유여행을 결합한 결과다.
송 대표는 "이용자는 하나투어 앱에서 항공, 호텔, 식당, 공연 티켓 등을 일괄 결제해서 편리하고, 회사는 기업간거래(B2B) 가격을 쓸 수 있어 이득"이라며 "자유여행 기간 여권을 잃어버리는 등 긴급상황이 생기면 하나투어의 전 세계 네트워크 인력이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가족·친구 단위 프라이빗 상품 '우리끼리' △2030세대 전용 콘셉트 여행 '밍글링 투어' △복고풍 여행 상품 '다시 배낭' 등 초개인화된 이용자의 입맛에 맞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리밸런싱은 성과로 입증되고 있다. 하나팩 2.0 여행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하나투어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 급증했다. '현지투어플러스'는 전년 대비 421%, '내 맘대로 서비스'는 전년 대비 403% 급증했다. 하나투어 앱의 월평균 활성고객은 650만 명에 이른다.
하나투어는 차기 공략 시장으로 '동남아시아'를 찍었다.
송 대표는 "미국과 일본, 유럽, 한국에서 동남아로 이어지는 여행 소비 전이 경로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의 다음 주자는 동남아라고 판단하고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통해 동남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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