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문 없으면 연구소 아냐, 태양광 8년 후엔 철거"…규제 현주소
낡은 규제, R&D·미래산업 저해…대한상의 '규제 54개 개정' 건의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1.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씨는 공장 내 여유 공간에 부설 연구소를 만들려다 포기했다. 기초연구법상 '고정 벽체와 별도의 출입문을 갖춘 공간만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됐기 때문이다.#2. 충청남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B 씨는 과거에 설치한 태양광 설비를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식물을 강렬한 태양광으로부터 보호하고 전기도 만드는 1석 2조의 아이디어 사업으로 남태평양 국가들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법상 농토 이외의 일시적 다른 용도 사용 허가 기간이 최장 8년으로 제한돼 있다.
기업 연구개발(R&D)을 위축시키고 반도체와 신재생 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낡은 규제를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새로운 성장을 저해하는 '신산업 내 낡은 규제' 54건을 정리해 정부에 개정을 건의했다고 15일 밝혔다.
대한상의가 제출한 신산업 규제 합리화 건의서에는 △벽에 막힌 기업 부설 연구소 △40미터(m)마다 창이 있어야 하는 팹(반도체 공장) △8년 시한부 영농형 태양광 △들쭉날쭉 태양광 이격거리 △개 AI 안면인식은 안 된다는 규제 등이 대표적 낡은 규제로 꼽혔다.
'벽에 막힌 기업 연구실' 규제는 최근 아이디어 융합을 위해 연구실과 사무실 등 업무의 벽을 허무는 추세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행 규제상 연구실 연구 인력에 대한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반드시 4면의 콘크리트 벽과 출입문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을 위해 별도의 의미 없는 공간을 세워야 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에 수평 40m 간격으로 설치해야 하는 소방관 진입 창 규제도 낡은 규제로 꼽혔다. 일률적으로 간격을 정하기보다 위험물을 취급하는 가스룸, 외부 물질 유입을 통제하는 클린룸 등 시설 기능에 맞게 진입 창을 배치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 농토 이외의 다른 용도 사용 기간이 8년으로 제한돼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주거지나 도로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이격시켜야 한다는 것도 개정이 필요한 규제로 꼽혔다. 이격 거리가 과학적이지 않고 지역마다 제각각이라 부지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동물등록제도가 내장형 칩이나 외장형 인식표 등 물리적 식별 방식만을 고수하는 점도 낡은 규제로 선정됐다. 반려견 얼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AI가 개체별 특징을 인식해 구별하는 등의 기술 상용화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외 공유 미용실 제한, 반도체 공장 방화구획 설정 기준 완화, 소형모듈원전 산업 활성화 지원 법령 개선, 글램핑용 조립식 돔텐트 관련 규제 완화 등도 낡은 규제 54건에 포함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글로벌 지형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경제는 항구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해 급기야 성장 제로의 우려에 직면했다"며 "새로운 시도나 산업에 대해 열린 규제로 다양한 성장 원천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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