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삼성' 인사제도 혁신…'경쟁·협력' 두마리 토끼 잡는다

삼성전자 '미래지향적 인사제도' 발표, 실리콘밸리式 수평적 조직 지향 방점
상대평가 폐지하고 '절대평가' 전환, 직급별 체류기간 폐지로 승진 속도 빨라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1.11.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안은 성과 중심의 평가와 승진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유연하고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창의와 도전의 '뉴삼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와 인사제도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을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의 새 인사제도의 특징은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변화 가속화 △임직원들의 몰입과 상호 협력 촉진 △업무를 통한 더 뛰어난 인재로 성장 등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가장 큰 특징은 실리콘밸리식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지향한다는 점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우선 직급별 체류기간과 승격포인트가 폐지됨으로써, 과감한 발탁 승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CL2(이전 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는 각각 10년 가까이 지나야 승격이 가능했지만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에 따르면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증명할 경우 몇 년 만에도 승격이 가능해진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능력에 따라 30대 임원, 40대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회사 인트라넷에 직급 및 사번 표기를 삭제하고 승격 발표도 폐지하는 한편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해 직원들이 서로의 직급을 전혀 알지 못하게 했다.일하는 과정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직급이나 연차가 개입될 여지를 없애는 과감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나이나 직급,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가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사업장 내 카페·도서관 등에 '자율 근무존'을 마련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구축한 것도 관심을 모은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개편에선 평가방식을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해 우수한 인재임에도 성과에 부합하는 평가를 받지 못했던 부작용을 줄이는 한편 임직원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부서장이 업무 목표 진척도를 체크하고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바로바로 코칭해주는 '수시 피드백' 제도를 실시해 체계적으로 성과를 관리하고 직원들의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또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들에게 다른 직무·부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업무역량을 높이고 본인의 커리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정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 제도도 실시, 차세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이재용 부회장이 '뉴삼성' 비전을 밝힌 뒤 발표되는 것인 만큼 그 방향성에 많은 관심이 쏠려왔다.

1980년 태평로 본관에서 함께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삼성전자 사진제공)ⓒ 뉴스1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20년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여성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이후 직장 및 가정 생활 변화, 여성 리더십 계발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0.8.6/뉴스1 (삼성전자 제공) ⓒ 뉴스1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의 '인재제일' 경영 철학을 이어받은 이 부회장은 평소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병철 회장은 1957년 국내 최초로 공개채용을 실시해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이건희 회장은 선대회장의 철학을 이어 받아 1993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공채를 도입했고, 1995년에는 학력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열린 채용'을 도입하는 등 삼성 총수들은 그간 한국 재계에서 인사제도 혁신을 주도해왔다.

이 부회장도 이번 인사 제도 개편 발표 한달여 전인 지난 10월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라며 '뉴삼성' 구축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인사제도 개편에 앞서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과 소규모 간담회를 연달아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지난해 3월 스마트공장 근무 직원들을 시작으로 6월 디스플레이 연구원과 간담회를 가진 이 부회장은 같은해 7월 반도체 연구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임직원, 9월 워킹맘 등과 잇따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그는 최근 미국 출장 중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혁신'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올라선 기업들의 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가졌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육성 등에 대해 의견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준비된 인사안을 통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노사협의회, 노동조합, 각 조직의 조직문화 담당자 1000여명 등을 대상으로 미리 내용을 설명하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임직원들의 의견이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혁신은 다른 기업들에도 항상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 왔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이 같은 변화는 전체 한국 기업들의 '일하는 문화'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국내 다른 기업들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주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뜻에 따라 공채 제도를 앞으로도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1.8.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