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하이닉스 "지방세 400억도 공제해달라" 소송…대법원行

2014년 지방세법 개정…"세액공제 이월 못받아" 주장
이천시·분당구 상대 소송…1심 패소 후 항소심은 승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하이닉스 분당사무소의 모습./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경기=뉴스1) 주성호 유재규 기자 = SK하이닉스가 경기 이천시와 성남시 분당구 등 사업장이 있는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세법 개정으로 적용받지 못했던 법인지방소득세(법인지방세) 공제분을 환급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2014년 지방세법 개정으로 법인지방세 과세표준이 달라졌고, 이전 법에 규정돼 있던 연구비 등에 대한 세액 이월공제를 적용받지 못한 금액만큼을 돌려달라는 취지다. SK하이닉스가 환급해달라고 요청한 세액 규모는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이광만)는 지난달 10일 SK하이닉스가 이천시장과 성남시 분당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지방소득세경정거부처분취소'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뒤집고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2019년 9월 수원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는 "지방세법 개정으로 세액공제받지 못한 연구비 등에 대한 이월공제분을 환급해달라"는 SK하이닉스의 경정청구를 거부한 이천시와 분당구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지난 6월말 이천시와 분당구가 상고장을 제출해 현재는 대법원 특별3부에 사건이 배당된 상태다.

◇SK "법인세 공제 맞춰서 법인지방세도 공제돼야"

이번 소송의 핵심은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기업과 지자체가 세액공제 규정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09 사업연도부터 2013 사업연도까지 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최저한세액에 미치지 못해, 당시 지출했던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해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상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산업현장인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내 분석측정센터를 방문해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의 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청와대 제공) 2020.7.9/뉴스1

그러다가 SK하이닉스는 2014년 1월 시행되기 전의 조특법 제144조(세액공제액의 이월공제)에 근거, 공제받지 못한 금액을 과세연도 개시일부터 5년 이내에 끝나는 해에 이월하는 방식으로 2014 사업연도부터 2017 사업연도까지 법인세를 세액공제해 납부했다.

하지만 국세 성격인 법인세와 별도로 사업장이 속한 관할 지자체에 내야 하는 '법인지방소득세(법인지방세)'를 공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2014년부터 새로 시행된 지방세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 때문이다.

개정 이전인 2013년말까지 지방세법에서는 법인지방세가 법인세의 10%로 일괄 공제가 적용됐다. 당시 법인지방세의 과세표준은 '법인세액'이었다. 하지만 2014년 1월부터 시행된 지방세법 개정안에 따라 법인지방세의 산정 방식이 '법인세 과세표준'을 그대로 따르는 독립세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는 법인세 과세표준을 그대로 적용한 독립세 기반의 법인지방세를 2014~2017 사업연도까지 신고·납부했다. 앞서 2009~2013 사업연도에 받지 못했던 연구비 등에 대한 이월공제를 적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뒤늦게 SK하이닉스는 2018년 10월 이천시와 분당구를 상대로 이월공제 받지 못한 세액을 돌려달라고 환급 신청을 냈지만 지자체들은 모두 거절했다. 재계에선 SK하이닉스가 환급받을 세액 규모가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심 뒤집은 항소심 재판부 "납세자 신뢰보호"

지자체들은 구 지방세법에 법인지방세 자체와 관련된 별도의 공제감면 규정이 없었다는 점과 2014년부터 시행중인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에는 법인지방세에 관한 연구비 등 세액공제 및 이월공제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 SK하이닉스의 경정청구를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다.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SK하이닉스 제공) ⓒ 뉴스1

이에 SK하이닉스는 개정된 지방세법 부칙 제15조에 근거해 "이미 공제받은 법인세 이월공제액에 비례한 법인지방세도 공제를 받아야 한다"면서 2018년 11월말에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언급된 개정 지방세법 부칙 제15조(일반적 경과조치)는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부과 또는 감면하였거나 부과 또는 감면해야 할 지방세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는 내용이다.

1심에서 SK하이닉스 측은 "2014 사업연도부터 2017 사업연도까지 법인지방세에 대해 연구비 등의 세액 이월공제를 받는다는 점에 대한 구체적 신뢰를 갖고 있었다"면서 지자체들이 경정청구를 거부한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 1심 재판부는 SK하이닉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이천시와 분당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난 6월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장 이광만 판사는 "개정 지방세법 부칙 제15조(일반적 경과조치)는 조세법령이 납세의무자에게 불리하게 개정된 경우 납세자의 신뢰보호를 위해 종전 규정이 적용되도록 하는 특별규정으로 기능한다"면서 SK하이닉스의 경정청구를 거부한 이천시와 분당구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천시, 분당구 등 해당 지자체와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서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 따로 말씀드릴 것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재계에선 SK하이닉스의 이번 소송을 기점으로 지자체를 상대로 한 주요 기업들의 법인지방세 세액공제 이월과 관련한 경정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삼성전자도 항목은 다르지만 지방세법 개정을 이유로 잘못 계산된 법인지방세를 돌려달라고 수원, 화성 등 40여개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4~2017 과세연도의 법인지방세에 외국에 낸 납부세액이 포함됐다고 법인세에서 공제받았듯 법인지방세도 공제분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지자체가 거부했다. 결국 2018년 10월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사법부는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뉴스1 ⓒ News1

sho21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