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일만에 법정에 선 이재용…또 다시 등장한 '립밤'
25일 서울고법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 출석
40분 전에 법원 도착…판사 지적에 고개 '끄덕'
- 주성호 기자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627일만에 '피고인석'에 앉았다. 그의 양복에선 3년여 전인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화제가 됐던 '립밤'도 재차 등장했다. 37분 동안 진행된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경직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303호에서 예정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재판 시작 40분 전인 오전 9시 29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평소 이용하던 검은색 고급세단 대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들과 함께 승합차에서 내린 이 부회장은 열걸음 이상 걸은 뒤 포토라인에 섰다.
'600여 일 만에 다시 법정에 선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하고 15도 정도 고개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후 303호 법정으로 향했다.
법정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특검이 입장하기 전에 피고인석에 앉아 변호사들과 귓속말을 나눴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같이 앉는 6자리 좌석의 앞에서 두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양 옆에는 변호사들이 자리했으며 이 부회장 기준으로 왼쪽에서 3번째와 4번째에는 각각 함께 기소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이 앉았다. 이 부회장은 공판이 시작되기 전인 20여분간 최 전 부회장이나 박 전 사장 등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9시 49분 특검 측이 입장하자 일어나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눴다. 그러더니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뒤 길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특히 재판 시작을 10여분 앞둔 오전 10시가 되자 이 부회장은 양복 앞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그가 꺼낸 것은 립밤이었다. 앞서 3년여 전인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생중계 화면에서 이 부회장은 양복 주머니에서 립밤을 꺼내 바르는 장면이 흘러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재용 립밤'이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이날도 이 부회장은 왼손으로 입을 가리고 오른손으로 립밤을 꺼내 발랐다. 침이 바싹 마를만큼 초조하고 긴장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전 10시 8분에 정준영 부장판사가 입장하자 이 부회장은 벌떡 일어나 고개숙여 인사했다. 이후 정 부장판사가 본인확인을 위해 이름과 생년원일, 직책 등을 묻자 "이재용입니다"라고 한뒤 자신의 직업을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후에도 공판 내내 특검과 정 부장판사를 번갈아 쳐다보며 긴장을 유지했다. 10시 45분에 공판이 끝날 때까지 이 부회장은 립밤을 2번이나 더 꺼내어 발랐다.
이어 정 부장판사가 10시 40분쯤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 무관함을 먼저 분명히 밝힌다"면서 당부사항을 전할 때 이 부회장은 판사석을 향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정 부장판사는 "이재용 피고인에게 당부드린다"면서 "우리나라 대표하는 기업 총수로서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본 심리에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준비한 원고를 읽어나갔다.
이 부회장도 고개를 서너번 끄덕였다. 이후 10시 45분 공판은 끝났다. 이 부회장은 재판을 마친 후 '첫 재판에 임한 심경이 어떻냐' '앞으로 어떤 것 중점적으로 소명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 없이 변호인들과 준비된 차량을 타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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