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삼성 '비상경영' 6월 국내서 숨가쁜 행보

반도체·5G 사장단과 연일 회동…26일 사우디 왕세자 오찬
대내외 리스크 확산에 '위기의식' 주문…'총수' 역할 강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들어 국내에서 숨가쁘게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 국내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방문해 최고경영진과 잇따라 만난 가운데 해외의 정·재계 인사와 회동에도 적극적이다.

반도체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총수인 이 부회장이 미래먹거리 육성과 활로 모색을 위해 직접 위기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본인의 대법원 최종 선고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혐의 등 대외적 이슈로 가라앉은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조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26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한국을 공식방문한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왕세자 겸 부총리 및 국방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한-사우디 정상간 비공개 오찬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함께 '4대 그룹' 총수 자격으로 초대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기에 신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국가에서의 비즈니스 발굴을 위한 '세일즈 경영'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지난 24일에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사옥을 찾아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설계·조달·시공(EPC) 계열 회사 경영진과 회동하며 중동지역 국가들과의 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사옥을 찾아 주요 임직원들과 회동한 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물산 블라인드 캡처) ⓒ 뉴스1

그간 이 부회장은 중동 국가와의 비즈니스를 직접 챙기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올들어서도 지난 2월 11일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회동한 뒤 보름만인 2월 16일에 화성사업장으로 초대해 반도체 생산라인 투어와 미래사업 추진 현황 등을 살펴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이 석유 외에 새로운 먹거리로 반도체,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뛰어난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삼성과 협력 관계를 다지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유럽 최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의 팀 회트게스 CEO와 서울에서 만났다. 도이치텔레콤은 삼성전자의 애플, 버라이즌 등과 함께 삼성전자의 '5대 핵심 매출처' 중 하나다. 이번 만남에서 양사는 스마트폰 공급 외에도 5G와 IoT 등에서의 비즈니스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사와의 네트워킹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 핵심 사업의 경영현황 점검도 빠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는 이달 초부터 본격화됐다. 그는 주말이었던 지난 1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사장단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환경 점검 간담회를 열었다.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반도체 경기 둔화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주력 디스플레이 제품 경쟁심화 같은 '대외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위기관리와 효율적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후 지난 13일과 14일에는 각각 DS부문, IM부문 최고경영진으로부터 글로벌 전략회의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화웨이' 사태에 따른 삼성전자의 해법을 모색하는 한편 5G 이후의 6G 통신과 차세대 반도체와 AI 서비스 등의 현황을 두루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 17일에는 삼성전기를 방문해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와 5G 이동통신용 모듈 등 신사업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22일 방한 중인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호텔에서 만나 30여 분간 비공개 단독면담을 가졌다. 이번 면담에서 이 부회장은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의 역할 등에 대해 부시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제공) 2019.5.23/뉴스1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6월 들어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회동에 이어 글로벌 인사와의 협력 강화 등의 폭넓은 행보를 보이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은 삼성 안팎을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를 직접 관리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면서 현재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삼성이 당면하고 있는 각종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의 '대외적 악재'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그간 해외 사업장 점검과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네트워킹 다지기에 주력해온 이 부회장이 올들어서 직접 국내 사업장을 수차례 방문하는 것은 조직을 추스르기 위한 '총수'로서의 행보라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주요 임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돼 재판에 서게 된 상황에서 자신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마저 검찰에 소환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것도 이 부회장의 바쁜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르면 7월중에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과 이 부회장이 함께 연루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의 상고심 최종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국정농단 상고심 사건 6차 심리를 마친 뒤 추가 속행기일을 잡지 않고 심리를 종결하기로 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이르면 7월 혹은 판결문 작성 등으로 시간이 다소 걸릴 경우 8월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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