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재용체제 가속'…이부진·이서현은?

'이재용→합병 삼성물산→삼성전자'…이재용 부회장 체제 강화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단순화
이부진-이서현 자매, 기존 사업구도에서 큰 변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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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백진엽 서송희 기자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번 합병 결의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분을 많이 보유한 삼성물산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 체제 굳히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23.2%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생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즉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재용-제일모직·삼성물산(합병후 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분구도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이번 합병이 이 부회장 체제 강화로 해석된다.

◇'이재용→합병 삼성물산→삼성전자'…이재용 부회장 체제 강화그동안 이 부회장 체제 연착륙을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확보가 관건으로 지적돼 왔다. 때문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시나리오는 꾸준히 제기됐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자연스레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특히 삼성전자 지분을 7.6%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보유한 2대주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적으로 가지고 있지는 않다. 반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이번 합병으로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지분 16.5%를 보유하게 되는 이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물산 지분이 없어 합병후 합병법인 지분율은 16.5%로 낮아진다. 하지만 최대주주 자리에는 변동이 없다. 이 부회장과 남매지간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합병법인 지분율은 5.5%,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율은 2.9%로 하락한다.

즉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삼성전자 주식 4%.1%를 보유한 '합병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에 삼성전자, 나아가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2015.05.26/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단순화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했다.

이전에는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6.2%를 갖고 있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대주주로 있는 삼성전기(4.0%)와 삼성카드(5.0%), 삼성SDI(4.0%) 등이 제일모직 지분 9%, 삼성물산이 제일모직 지분 1.5%를 갖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였다.

앞서 삼성은 제일모직 상장과정에서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8%의 지분 중 4%를, 삼성카드가 보유한 지분 5%로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제일모직 지분 1.5%도 사라지게 됐다. 남은 것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옛 제일모직) 주식 4.8%, 삼성화재가 갖고 있는 1.4%다. 순환출자 비율이 총 5%대로 감소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8년 순환출자 해소 약속을 2014년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2008년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지주회사 전환에는 약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 경영권에 위협을 받는 문제가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당장 추진하기 어렵고 앞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내부에서도 "지주회사 전환 대신 지배구조 단순화가 더 중요하다"고 인식해왔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될 것을 대비해서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평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사진은 제일모직 R&D센터 사업장(뉴스1DB) 2015.5.26/뉴스1 ⓒ News1

◇삼성家 후계구도, 이부진-이서현 자매는?재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해 '이재용 체제'의 연착륙을 위한 작업이라는 시각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과 남매지간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부회장이 합병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해서 전자와 금융을, 이부진 사장이 호텔과 레저 등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미디어 부문을 맡는 후계구도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부진·이서현 자매가 삼성그룹내에 남게 될 것인지, 아니면 계열분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계열분리를 하게되더라도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당분간은 삼성내에서 대주주와 각자 맡은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계열분리 여부를 떠나서 삼성 3남매의 역할 구분은 이미 어느정도 확실하게 된 상황"이라며 "이부진, 이서현 자매는 일단 본인들이 맡은 사업부문의 성장성 확보가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이부진 사장의 호텔, 그리고 이서현 사장의 패션부문은 업황이 좋지 않다. 내수위축 등의 타격을 많이 받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부진 사장은 최근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시내면세점 면허 획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서현 사장 역시 정체돼 있는 패션사업의 성장을 위해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브랜드 '노나곤'을 만드는 등 신성장동력 찾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결국 과거 삼성이 이건희 회장 체제로 구축될 때처럼 계열분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할 당시 누나인 이인희씨는 한솔그룹으로, 동생인 이명희씨는 신세계그룹으로 분리해 나갔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중장기적으로는 이렇게 분리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결국에는 3남매가 분리되는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그에 앞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 등 많은 사안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inebi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