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혼다 어코드, 5년만에 '제왕'자리 되찾나?
3.5 V6모델 가속력·정숙성 '우수'…지나치게 가벼운 핸들 '옥의 티'
과거 수입 중형차 시장의 '제왕' 혼다 어코드가 돌아왔다. 근데 예전 어코드 만의 '독특함'이 사라져 '제왕'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9세대 '올 뉴 어코드'는 적당한 성형으로 깔끔해진 얼굴과 강한 심장(3.5리터 V6엔진)을 장착했다. 넓은 실내에 적당한 가격까지 갖췄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핸들과 가속력을 감당하지 못하는 브레이크는 약점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9세대 '올 뉴 어코드' 3.5 EX-L 모델을 타고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호텔현대경주에서 포항시 호미곶을 다녀오는 총 137km 거리의 코스를 시승했다.
지난 12일 국내에 공식 출시한 9세대 '올 뉴 어코드'는 혼다코리아 측에서 회사의 사활을 건 차량이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2008년 8세대 '어코드'와 SUV 'CR-V'를 앞세워 수입차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어코드는 3.5 모델이 4948대 팔리며 베스트 셀링 모델로 꼽혔다.
하지만 혼다코리아는 이후 하락세를 보였고 올해는 11월까지 3361대를 팔며 10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어코드 단일 차종의 판매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이다. 혼다코리아 측은 그간 신차를 기다려왔고 올해 연말에만 4개 차종을 새롭게 들여왔다. '올 뉴 어코드'는 그 중 메인 모델이다. 이에 따라 혼다코리아는 '올 뉴 어코드'가 '부활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길 바라고 있다. 이들은 내년 '올 뉴 어코드'의 판매목표를 4000대로 잡고 있다.
과연 '올 뉴 어코드'가 혼다코리아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 외관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은 '무난함'이었다. 이전 세대가 갖고 있던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줄이고 대중적인 얼굴을 갖게 됐다.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얼굴이다. 다만 밋밋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옆 라인은 직선과 곡선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이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에어로 다이나믹(공기역학성)을 강조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올 뉴 어코드'는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 패밀리 세단이다. 오히려 지나친 유선형의 모습보다는 직선이 강조된 모습이 어울렸다. 뒷 모습은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1세대 모델과 많이 닮았다.
차량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니 '정갈'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전 세대 모델이 지적 받았던 센터페시아(조작부분)의 지나치게 많은 버튼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우드그레인도 하이그로시 도장이 돼있어 멋스러웠다.
실내 공간은 중형 세단치고 꽤 넓었다. 전장은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보다 각각 85mm, 30mm 씩 넓다. 전폭의 경우 각각 30mm, 20mm 씩 넓다. 이에 따라 경쟁 모델들보다 훨씬 넓었다. 현대차의 '그랜저'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지만 그랜저는 중형 세단이 아니라 준대형 차량이다. 뒷좌석은 신장 180cm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공간이 충분했다.
차량의 시동을 걸어보니 부드러운 엔진음이 들렸다. '올 뉴 어코드' 3.5 EX-L 모델은 3.5리터 V6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저속구간에서는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힘이 좋았다. 시속 80km까지는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마치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는 신형 어코드 전 모델에 적용된 ANC(능동적 소음제어장치l) 및 ASC(능동적 소리제어장치) 시스템이 외부 소음을 줄여 조용하고 안락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3.5리터 V6엔진은 최고출력 282마력/6200rpm, 최대토크 34.8kg·m/4900rpm으로 전형적인 고회전 엔진이다. 이 엔진은 시속 200km까지 어렵지 않게 치고 나갔다.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닛산의 '뉴 알티마'도 긴장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차량에 있어 '달리기'만큼 중요한 것은 '제동능력'이다. V디스크 브레이크는 '올 뉴 어코드'의 달리기 성능을 감당하지 못했다. 시속 160km 이상의 고속 주행시 급정거를 하게 되면 차량이 많이 밀렸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지나치게 가벼운 스티어링 휠이다. 스티어링 휠이 가벼우면 저속 주행에서 핸들링에 용이하고 여성들도 쉽게 운전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양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꽉 움켜지고 운전하지 않으면 차량이 흔들릴 정도였다. 또한 급정거를 할 때는 손에 힘을 조금만 빼도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스티어링 휠이 고속 주행에 접어 들면 단단해지도록 세팅했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올 뉴 어코드'만이 갖춘 특이한 편의사양은 측방의 사각지대를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보여주는 레인와치(Lane Watch) 기능이었다. 이는 우측 사이드 미러 아래에 카메라가 달려있어 우측 방향지시등를 넣으면 자동으로 '사각지대'를 LCD 화면으로 비춰줬다. 다만 좌측 사이드 미러 밑에는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시승을 마치고 연비를 확인해보니 8.8km/l로 나타났다. '올 뉴 어코드' 3.5 모델의 공인연비는 10.5km/l다. 급정거와 급가속을 반복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연비다. 실제 정속 주행시 순간 연비 14km/l까지 나오기도 했다.
혼다코리아는 내년부터 연간 4000대의 어코드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2일 '올 뉴 어코드'를 시판한 후 계약대수는 14일 기준으로 456대에 달한다. 내년 목표가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한편 올 뉴 어코드의 국내 판매 가격은 △2.4 EX 3250만원 △2.4 EX-L 3490만원 △3.5 EX-L 419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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