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가락' 생긴 아틀라스…"드릴로 구멍 뚫고 너트 조이기까지 척척"

13자유도 구현해 정밀 작업 수행…사람 손처럼 공구·소형 부품 조작
촉각 센서로 미세한 힘 감지…산업 현장 적용·대규모 양산 고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일(현지시간) 차세대 로봇 핸드를 공개하고 이를 탑재한 아틀라스가 다양한 조작 작업을 수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단순한 이동 능력을 넘어 실제 작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연속적이고 복합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손가락 4개로 구성된 차세대 로봇 핸드를 최초 공개했다. 새로운 로봇 핸드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드릴을 이용한 구멍 뚫기부터 작은 너트 체결까지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며 산업 현장 투입을 위한 기술력을 선보였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일(현지시간) 차세대 로봇 핸드를 공개하고 이를 탑재한 아틀라스가 다양한 조작 작업을 수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단순한 이동 능력을 넘어 실제 작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연속적이고 복합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을 위해 설계된 작업 공간과 공구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범용성과 유연성이 중요하다. 이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범용 작업 수행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로봇 핸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신규 로봇 핸드를 활용해 공구와 소형 부품을 다루며 정밀 조립과 손안에서 물체의 위치를 바꾸는 작업(In-Hand Manipulation) 등을 시연했다.

아틀라스는 드릴 비트를 집어 드릴에 끼운 뒤 드릴을 작동시켜 나무에 구멍을 뚫었다. 공구 손잡이를 안정적으로 쥔 상태에서 버튼까지 눌러야 하는 만큼 손가락별 힘과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손가락으로 작은 너트를 회전시켜 조이는 동작도 선보였다. 너트를 손끝으로 잡아 회전 방향과 힘을 정밀하게 조절하며 체결했다. 볼트와 너트처럼 작고 단단한 부품을 손으로 체결하기 위해서는 미세한 파지력 제어와 손안에서 물체를 재배치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외에도 얇고 긴 드럼 스틱을 손가락으로 회전시키고 단단하고 매끄러운 골프공 두 개를 동시에 손안에서 움직이는 등 형태와 마찰 특성이 다른 물체를 안정적으로 조작했다.

이 같은 동작은 물체를 놓치지 않으면서 손가락 사이의 접촉과 힘을 지속해서 조절해야 하는 작업이다. 차세대 로봇 핸드가 물체의 형태와 재질, 접촉 상태에 맞춰 손가락의 움직임과 힘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손가락 4개에 13자유도 구현…정교한 조작·비용 효율성 확보

차세대 로봇 핸드의 가장 큰 특징은 엄지를 포함한 4개 손가락에 총 13자유도(Degree of Freedom)를 구현해 기존 핸드 대비 정교한 조작 능력을 크게 향상했다는 점이다.

엄지손가락은 4개의 자유도를 바탕으로 다른 손가락과 정교한 집기 동작을 수행한다. 나머지 손가락은 각각 3개의 자유도로 구성돼 손가락을 벌리거나 끝단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처럼 물체를 집고 손안에서 물체의 위치와 방향을 바꾸는 등의 조작이 가능하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사람이 사용하는 작업 공간과 도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람의 손과 유사한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산업 현장 작업에 필요한 강도를 확보했다. 구조를 단순화하고 주요 부품을 모듈화해 내구성과 정비 편의성을 높였으며 향후 대규모 양산 가능성까지 고려했다.

손가락을 5개가 아닌 4개로 설계한 것도 산업 현장에 최적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산업용 로봇의 적용 사례를 비교·분석하고 설계 복잡도와 전력 소모, 비용 합리성, 내구성, 수리 용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틀라스의 행동 조작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알베르토 로드리게즈 보스턴다이나믹스 연구원은 "엄지손가락의 개수부터 새끼손가락의 필요성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검토했다"며 "실험과 시뮬레이션, 3D 프린팅 목업 등을 통해 최적의 설계 방식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발자들이 직접 새끼손가락을 고정한 채 하루 종일 근무한 결과 손가락 하나는 없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촉각 센서로 미세한 힘 감지…가상환경서 학습해 실제 작업에 적용

차세대 로봇 핸드의 또 다른 주요 특징은 물체와의 미세한 접촉까지 감지하는 촉각 센싱 기술이다. 손끝과 손바닥에 압력 기반의 촉각 센서를 촘촘하게 배치해 물체와 접촉할 때 발생하는 작은 힘의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차세대 핸드 개발 초기부터 가상환경에서 로봇을 학습시킨 뒤 그 결과를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심투리얼(Sim-to-Real)' 방식을 적용했다.

실제 하드웨어의 구동 특성과 마찰 등을 시뮬레이션에 정밀하게 반영해 가상환경에서 학습한 조작 기술을 실제 로봇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차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시뮬레이션에서 모터 토크와 마찰, 물체의 형상, 작업 중 발생하는 외부 간섭 등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강화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 환경에서 다양한 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조작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편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최근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개소했다. RMAC은 현대차그룹의 산업 환경을 모사한 실증 공간으로 아틀라스가 실제 제조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검증하는 핵심 거점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RMAC을 통해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 현장 적용, 피드백 및 재학습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에는 미국 생산시설에 아틀라스를 배치한다. 로보틱스 생산시설을 가동해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보틱스 생산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