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매연 없는 20톤 트럭 MAN eTGX의 반전…전동화 이유 증명
[시승기]4개 주행 모드 연료 효율·가속 선택지 다양
전자식 미러·원페달 주행…운행 후 배터리·충전·노선 데이터 분석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가속페달을 밟자 육중한 대형트럭이 소리 없이 앞으로 미끄러졌다. 엔진 굉음도, 차체를 울리는 진동도 없었다. 높은 운전석과 거대한 차체만 아니었다면 승용 전기차를 운전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16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MAN의 대형 전기 트랙터 'eTGX 20.540 4x2 LLS-U' 운전석에 올랐다. 부스에서 출발해 전시장 내부와 전용 주행 구간을 약 2㎞ 도는 짧은 코스였다.
짧은 경험에도 전기 트럭의 지향점,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인상적이었던 것은 출발 장소. 2년 전 IAA에서는 대형트럭 시승을 야외에서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관람객들이 오가는 전시장 안에서 그대로 출발했다.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 전기 트럭이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거대한 트럭이 실내를 조용히 빠져나가는 모습 자체가 전동화의 장점을 보여줬다.
eTGX 20.540은 최고 출력 540마력의 대형 전기 트랙터로 장거리 물류를 겨냥한 모델이다. 대용량 배터리와 초급속 충전을 바탕으로 기존 디젤 TGX가 담당하던 장거리 운송 영역을 전동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운전석에 오르자 카메라 기반 전자식 사이드미러 '옵티뷰(OptiView)'가 눈에 들어왔다. 대형 사이드미러 대신 차량 외부 카메라가 좌우 영상을 실내 디스플레이로 전달한다. 선명한 화면으로 차체 측면과 후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물리식 미러가 사라진 만큼 전방 좌우 시야도 한층 넓었다. 대형트럭 운전이 처음인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됐다. 승용차에서 접했던 디지털 미러가 사각지대가 많은 대형트럭에서는 더욱 유용하게 느껴졌다.
주행을 시작하면 전기 트럭 특유의 매끄러움이 두드러진다. 출발할 때 차체가 요동치거나 엔진 회전수가 치솟는 소리가 없다. 저속, 짧은 주행거리를 감안하더라도 흔히 트럭에서 떠올리는 '우당탕'하는 느낌을 찾기 어려웠다.
eTGX에는 Range·Efficiency·Performance·Manoeuvre 등 4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Range는 주행거리 확보에, Efficiency는 효율과 성능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다. Performance는 강한 가속이 필요할 때 성능을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Manoeuvre는 좁은 공간에서 정밀하게 움직이는 데 맞춘 모드다. 운전자가 운송 환경에 따라 성능과 효율 사이에서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셈이다.
직선 구간에서 Performance를 선택하자 차의 성격이 확연히 달라졌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육중한 차체가 지체 없이 속도를 높였다. 공도가 아닌 제한된 코스였지만 시속 80㎞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대형트럭 특유의 답답함은 찾기 어려웠다.
대신 성능을 끌어내는 만큼 예상 주행거리도 달라졌다. 배터리 잔량 54% 기준, Range모드에서 주행가능 거리는 200㎞였지만, Performance 모드로 바꾸자 주행가능 거리가 180㎞로 줄었다.
회생제동도 인상적이었다. 2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강하게 설정하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거대한 차체가 빠르게 감속했다. 몇 차례 적응하고 나니 브레이크 사용을 크게 줄이면서 사실상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주행을 마친 뒤 나의 주행 기록은 물론, 차량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차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MAN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남은 배터리와 충전 시점·충전량, 주행 경로 등을 즉각적으로 안내했다.
MAN은 차량의 운행 노선과 적재량, 운행 시간, 사업장 전력 여건을 분석해 전기 트럭 도입이 적합한지부터 판단하고 충전 계획과 에너지 관리까지 지원한다. 디젤 트럭보다 충전과 잔여 주행거리 관리가 중요한 전기 트럭에서 차량 자체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짧은 시승이었지만 eTGX는 대형트럭에 대한 익숙한 이미지를 상당 부분 바꿨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리면서 필요할 때는 강하게 가속했고, 주행이 끝난 뒤에는 방금 달린 기록까지 데이터로 되짚었다.
MAN 관계자는 "차 한 대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충전과 에너지 관리까지 포함한 전동화 생태계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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