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쟁, 트럭으로 확전…테슬라·中, 유럽 안방 넘본다[르포]

BYD·포톤·GAC 대형 부스 앞세워 총공세…전기·수소 넘어 자율주행까지
MAN·벤츠·볼보 전동화 속도…서비스·가동률 앞세워 기존 강점 강조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에 전시된 테슬라 '세미' 실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2026.9.16 박기범 기자

(하노버=뉴스1) 박기범 기자 = 승용차 시장에서 벌어진 전동화 경쟁이 대형 상용차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유럽 업체들이 장악해 온 트럭 시장에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경쟁은 전기 트럭 자체를 넘어 초급속 충전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물류 운영까지 확장되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방문한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 전시장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전기 트럭이 줄지어 섰다. 특히 BYD와 포톤(FOTON), GAC 등 중국 업체들은 유럽 전통 상용차 업체들에 밀리지 않는 대형 부스를 차렸고, 차량 주변에는 관람객과 업계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中, 전기 트럭 넘어 자율주행까지…테슬라 부스엔 장사진

BYD는 장거리 전기 트랙터 ETT44부터 도심·지역 배송용 ETH20, 중량물 운송용 ETH28까지 전기 트럭 라인업을 펼쳐놨다. ETT44는 최대 651㎾h 배터리로 최대 600㎞를 달리고 메가와트급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ETH28은 최대 750㎞의 주행거리를 제시했다. 승용 전기차에서 축적한 배터리·전동화 기술을 상용차로 빠르게 확장하는 모습이었다.

포톤은 배터리전기차(BEV)에 더해 수소연료전지(FCEV), 하이브리드, 수소내연기관까지 다양한 동력원을 내세웠다. 2030년 연간 판매 100만 대, 신에너지차 비중 50%를 목표로 제시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 의지도 드러냈다.

중국 업체들의 시선은 이미 전동화를 넘어 자율주행으로 향했다. GAC 상용차는 자율주행업체 Pony.ai와 협업한 전기 로보트럭을 전시했다. 운전자 한 명이 선두 트럭을 몰면 최대 4대의 무인 트럭이 뒤를 따르는 '1+4' 방식으로, 한 사람이 사실상 5대 분량의 화물을 이동시키는 구상이다. 운전자 부족과 물류비 부담을 동시에 줄이겠다는 것이다.

테슬라 부스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대형 전기 트럭 '세미' 운전석에 직접 올라가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유럽형 세미는 총중량 40톤 기준 최대 550㎞를 주행하며 급속충전으로 30분 만에 주행거리의 최대 60%를 회복할 수 있다. 현장 관계자는 유럽 내 FSD(Full Self-Driving) 적용을 위한 시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내년에 세미를 유럽 출시할 계획이다. 세미가 실제 유럽 시장에 투입되면 다임러트럭과 볼보트럭, MAN, 스카니아, 이베코 등 기존 강자들과의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미 유럽 업체들이 전기 대형트럭을 판매하고 있는 만큼 승용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테슬라가 상용차에서도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내 BYD 부스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전시 트럭을 보고 있다. 2026.9.16 박기범 기자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내 포톤(FOTON) 부스. 2026.9.16 박기범 기자
MAN·벤츠·볼보도 맞불…"트럭은 결국 가동률 경쟁"

기존 유럽 업체들도 전동화 대응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MAN은 eTGX·eTGS 등 전기 트럭 풀라인업을 구축하는 동시에 고객의 노선과 적재량, 운행 시간, 사업장 전력 여건을 분석해 충전 인프라와 에너지 관리 방안까지 설계하는 물류 운영 지원에 나섰다. 차 한 대를 판매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송 사업에 전기 트럭을 어떻게 투입할지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은 장거리 전기 트럭 eActros 600을 비롯해 수소전기트럭 NextGenH2 Truck, 고효율 디젤 파워트레인을 함께 선보였다. 차량과 플릿 운영, 충전·진단을 관리하는 디지털 서비스도 확대했다. 볼보트럭 역시 최대 700㎞ 주행거리를 앞세운 장거리 전기 트럭을 전시하며 전동화 경쟁에 가세했다.

기존 업체들이 내세우는 또 다른 무기는 오랜 상용차 사업 경험이다. 트럭은 차량 가격이나 주행거리 못지않게 고장 없이 얼마나 오래 운행할 수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정비해 다시 도로에 투입할 수 있는지가 수익과 직결된다.

현장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워 승용차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중국산 전기차 바람과 FSD로 대표되는 테슬라의 영향력이 상용차 시장에서도 재현될지 관심이 쏠렸다. 실제 중국 브랜드와 테슬라 부스에는 차량과 기술을 직접 확인하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다만 승용차와 상용차는 시장 성격이 다르다는 목소리도 기존 브랜드를 중심으로 나왔다. 트럭은 차량 가격뿐 아니라 가동률과 유지·보수, 부품 공급, 잔존가치가 운송업체의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오랜 서비스망과 차량 관리 경험을 쌓아온 기존 업체의 강점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다.

자율주행을 바라보는 접근 방식에서도 온도 차가 엿보였다. 중국 업체들이 운전자 없는 물류 시스템의 조기 상용화를 적극 내세운 반면 유럽 업체들은 기술 개발과 함께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사고 발생 시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간 책임 범위와 운행 허용 구간 등 법적 기준이 먼저 정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완전 자율주행 트럭이 본격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수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에 전시된 테슬라 '세미'의 주행 모습. 2026.9.16 박기범 기자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에서 중국 브랜드 GAC가 배터리 교체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2026.9.16 박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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