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10년 만에 공장 세운 '형', 대화로 문제 푼 '아우'

현대차, 10년 만에 파업…무분규 기아와 동일한 '400%+1270만원'
현대차 파업에 6만대 생산 차질·2.5조 손실…8월 판매도 14%↓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에서 상여금 50% 인상,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등 3대 쟁점 사항을 두고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전면 파업에 들어간 21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업종 조합원들이 공동파업대회를 열고 있다. 2026.8.21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현대차 노조는 10년 만의 전면파업까지 벌이며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고, 기아 노조는 파업 직전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6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무엇을 더 얻어냈는지는 선뜻 찾기 어렵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격려금 400%+1270만원에 합의했다. 주식은 오히려 기아가 47주로 현대차의 15주보다 많았다.

현대차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요구했던 당기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도 관철하지 못했다. 현대차의 올해 보상 규모는 지난해 성과급 450%+1580만원, 주식 30주와 비교해 오히려 줄었다. 생산라인까지 세우며 강경 투쟁에 나섰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파업으로 추가로 얻어낸 실익은 뚜렷하지 않은 셈이다.

실적을 감안하면 기아의 협상 성과는 더 두드러진다. 2025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현대차가 19.5%, 기아가 28.3%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두 회사의 성과·격려금은 같다. 수익성이 더 크게 악화한 기아가 파업 없이 같은 수준의 보상을 확보했다.

임단협 결과만 놓고 보면 현대차 파업의 실익은 뚜렷하지 않다. 반면 치러야 할 대가는 분명했다. 현대차는 올해 파업으로 약 6만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고 이에 따른 매출 차질은 약 2조 5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8월 판매 실적에서 파업 여파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14.2% 줄었고 내수 판매는 41.1% 급감했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이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기아는 해외 판매 증가에 힘입어 글로벌 판매가 5% 늘었다.

파업의 비용은 현대차 실적에만 그치지 않는다. 생산 차질은 협력업체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출고를 기다리는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조합원 역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회사뿐 아니라 정작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도 비용을 떠안는 셈이다.

파업권은 노동자의 권리다.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는 투쟁이라면 조합원에게도 그만큼의 실익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강경 투쟁은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이 아니라 반복되는 관행일 뿐이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