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경영진도 코딩 해봐야"…현대차그룹 AX 직접 챙겼다
바이브 코딩 교육 제안, 기술 이해 강조…일반·연구직 80% AI로 업무
새만금 AIDC·엔비디아 GPU 확보…AI로 차량 개발기간 단축 추진도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바이브 코딩' 교육을 제안하는 등 전사 인공지능 전환(AX) 작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경영진부터 AI 기술의 가능성·한계를 이해해야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정보통신기술(ICT)담당 사장은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올해 초부터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상대로 진행 중인 바이브 코딩 교육은 정의선 회장의 의지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바이브 코딩이란 개발자가 코드를 직접 짜는 대신, 일상 대화처럼 자연어로 아이디어나 느낌(바이브·vibe)을 설명하면 생성형 AI가 그에 맞춰 실행 가능한 코드를 대신 만들어주는 프로그래밍 방식이다. 비개발자들도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다.
진 사장에 따르면 올해 초 정 회장은 경영진을 대상으로 바이브 코딩 교육을 실시하자고 제안했고, 정 회장 본인도 교육을 듣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당시 실무진이 '굳이 회장까지 바이브 코딩을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답했으나 정 회장은 재차 연락해 '경영진이 바이브 코딩을 해봐야 AI 기술을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 정 회장은 현재 그룹 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함께 바이브 코딩 교육을 듣고 있다.
진 사장은 "정 회장이 '최고경영진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다. AI로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해결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의사결정에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AI를 통해 최고경영진의 일하는 방식과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바뀌지 않으면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게 정 회장의 평소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추진한 디지털 전환(DX)과 AX를 토대로 연구개발과 제조, 정비, 고객 응대 등 전 사업 영역에 내재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 챗 프로'를 일반 임직원에게 개방했다.
H 챗 프로는 보안이 확보된 사내 환경에서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 외부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내 데이터와 연결해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자체 코딩 체계도 갖췄다. 지난달 기준 사용자는 3만명을 넘어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의 약 80%에 달했다.
다만 바이브 코딩이 늘면서 비개발자가 만든 프로그램의 위험을 통제하는 과제도 떠올랐다. 진 사장은 지난 6월 방한해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비개발자의 AI 활용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묻자, 황 CEO도 '카오스'"라며 "AI 에이전트를 폐쇄된 환경에서만 작동시킨 뒤 사용 과정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진 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는 비개발자가 만든 AI 에이전트가 사내 문서 약 5000개를 삭제해 복구에 2박 3일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면서도 "나는 기업에 AX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물을 때 '그간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부터 질문한다. 아무런 사고도 없었다는 것은 실제로 해보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행착오를 통해 안전한 AI 활용 기준을 만드는 것도 AX 과정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AI 인프라 투자를 고객용 제품과 내부 업무 영역으로 구분해 추진한다. 자율주행과 피지컬 AI 등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업스트림' 영역에서는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과 기반 기술을 확보하되 사내 사무·지원 업무 등 '다운스트림' 영역에는 검증된 외부 LLM과 공동 업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새만금에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하고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엔비디아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진 사장은 "업스트림 영역의 파운데이션 모델은 자체 투자를 통해 확보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라며 "필요한 GPU 물량도 엔비디아를 통해서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개별 업무 효율화를 넘어 AI를 활용해 차량 개발기간도 단축할 예정이다. 진 사장은 "중국 완성차 업체보다 차량 개발기간이 긴 편"이라며 "(이를 단축하기 위해) 이미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고 있다. 요소별로 어떻게 기간을 단축할지, 단축에 따른 리스크는 AI로 해결할지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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