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르노·벤츠·포드, '年 45조 원' 군용차 전쟁

기아 10년 만에 유로사토리 참가…르노 방산기업 탈레스와 맞손
벤츠 '드론 방어' 사업 확대…포드 2차대전 이후 첫 군용차 양산

프랑스 완성차 기업 르노가 자국 방산기업 탈레스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다목적 전술차량 '4 트룹'(4 TROOP)의 모습. 르노의 준중형 하이브리드(HEV) SUV '라팔'에 탈레스의 지휘통제·감시체계가 탑재됐으며, 드론 운용도 가능하다(르노 홈페이지 갈무리). 2026.6.15.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차그룹과 르노, 벤츠, 포드가 '45조 원' 규모 군용차 시장에서 격돌한다. 유럽 재무장에 따라 군용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군용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지휘소'로 변모하면서 1대당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군용차 시장 공략을 위해 방산기업과 손을 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군용차는 전술차량과 전술트럭, 보병전투차, 전차 등을 포함한다. 이 중 전술차량과 전술트럭 등은 민수용 차량과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에 완성차 기업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1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사이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군용차 시장 규모는 2024년 236억 6000만 달러(약 36조 원)에서 2030년 295억1000만 달러(약 45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 유럽 군용차 시장 도전장…르노, 26년 만에 재진출

군용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유럽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계기로 유럽 각국은 냉전 종식 이후 이어진 군축을 깨고 재무장에 돌입한 상태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내 군사비 지출은 86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4% 급증하며 전 세계 군사비 지출 증가율(2.9%)을 크게 웃돌았다.

기아는 최근 유럽 최대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6'에 2016년 이후 10년 만에 참가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회에 △경형 타스만 군용 지휘차 △소형 전술차(KLTV) 2인용 카고 차량 △차세대 중형표준차 및 대형표준차 모형 등을 전시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15일(현지시각) 개막한 유럽 최대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6'에 전시된 기아 경형 타스만 군용 지휘차의 모습. 픽업트럭 '타스만'을 군용으로 개조했다(기아 제공). 2026.6.15.

10년 전 소형전술차 위주의 전시 구성과 달리 경형부터 대형에 이르는 군용차 '풀 라인업'을 선보인 것이다. 타스만 군용 지휘차는 출시 첫해인 지난해부터 한국군에서, 소형 전술차는 2016년부터 한국군을 비롯한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지역에 공급되고 있다.

프랑스 완성차 기업 르노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자국 방산기업 탈레스와 군용차량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사가 개발 중인 다목적 전술차량 '4 트룹'(4 TROOP) 콘셉트 모델을 유로사토리 2026에서 공개했다.

4트룹은 르노의 준중형 하이브리드(HEV) SUV '라팔'에 탈레스의 지휘통제·감시체계가 탑재됐다. 사륜구동 파워트레인으로 험로 주파가 가능하며 외부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V2L(Vehicle-to-Load) 기능도 갖췄다. 드론과 무인로봇도 이곳에서 운용·통제해 프랑스군의 차세대 이동식 지휘통제소로 활용할 방침이다. 당장 내년 상반기 수주가 완료되는 대로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르노가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건 26년 만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최초의 현대식 전자 '르노 FT'를 양산한 이래 그간 상용차 계열사 르노 트럭 디펜스에서 각종 군용 트럭과 장갑차를 만들며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2001년 르노 트럭 디펜스를 스웨덴 볼보에 매각하면서 방위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정부가 자국 방산 공급망을 강화하자 르노도 방위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에 대해 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생산하는 전술차 '울프 2'(Wolf 2)의 모습. 벤츠 SUV 'G 클래스'를 군용으로 개조했다(독일군 홈페이지 갈무리). 2026.6.18.
獨 벤츠 '對드론 방어' 체계로 사업 확대…美 포드, 2차대전 이후 첫 군용차 생산

독일 완성차 기업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0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열린 항공우주전 'ILA 2026'에서 독일 방산 스타트업 타이탄 테크놀로지스와 대(對)드론 방어 체계를 생산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벤츠 SUV 'G 클래스'와 미니밴 '스프린터'에 타이탄 테크놀로지스의 드론 요격 체계를 올리는 형태다.

그간 벤츠는 G바겐을 군용 버전으로 개조한 다목적 전술차량 '울프'(Wolf)를 생산해 독일군에 공급해 왔는데, 이를 공중전 대응 용도로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북미·유럽의 정부 기관과 지난해부터 픽업트럭 및 차량용 소프트웨어 공급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포드 픽업트럭 '레인저'와 'F-'시리즈' 등을 전술트럭으로 개조하고 각종 소프트웨어까지 지원해 주는 형태다.

정확한 협상 상대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방부가 올해 초 방산물자 협력 파트너로 포드와 GM 등 자국 완성차 기업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공급 계약이 성사되면 포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방산물자를 생산한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픽업트럭 '레인저'를 군용차로 개조한 모습(포드 홈페이지 갈무리). 2026.6.18.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