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중고차 수출 29%↓…영세 수출업자 울상 대기업도 타격
호르무즈 봉쇄로 수출길 막혀…최대 수출국 UAE 전쟁 이후 93%↓
말소된 중고차 인천항 인근에 쌓여…케이카 1분기 경매 매출 10%↓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올해 들어 국내 중고차 수출이 중동전쟁 여파로 2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 중고차 수출업자들은 전쟁 이전에 계약한 물량조차 석 달째 선적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출업자들에게 경매로 물량을 넘겨온 중고차 기업과 중동 현지에서 중고차 수출 사업을 벌여온 렌터카 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31일 한국무역협회(KITA)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고차 수출 대수는 21만 14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20억 3000만 달러(약 3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줄어들었다.
지난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체 중고차 수출 물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對)중동 수출이 사실상 중단된 결과다. 올해 1~2월 1만 4294대였던 중동 수출 물량은 3~4월 4508대로 68.5% 감소했다.
중동 최대 수출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1~2월 9122대에서 3~4월 581대로 93.6%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예멘은 641대에서 102대로, 이라크는 422대에서 30대로 줄었다. 그나마 대체 해협인 바브엘만데브를 낀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은 3~4월에도 각각 2078대, 1692대로 1~2월 수준을 유지했다.
중동 수출이 급브레이크를 밟자 올해 연간 중고차 수출 규모는 4년 전 수준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2022년 40만 4653대였던 중고차 수출 대수는 2023년 63만 8723대, 2024년 62만 7875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88만 5313대로 사상 최대를 찍었다. 금액으로는 88억 8402만 달러(약 13조 원)에 달했다.
김필수 한국수출중고차협회장 겸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이후 대(對)러 수출 물량이 중앙아시아를 통해 우회 수출되면서 중고차 수출이 호황을 맞았다"며 "하지만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중고차 수입 중단 조치에 이어 올해 2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위기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실적은 50만 대 안팎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향(向) 수출길이 막히면서 영세 중고차 수출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한 수출업자는 "중동 현지와 이미 계약을 끝낸 물량도 석 달째 선적을 못하고 있다"며 "사우디·오만은 대체 항로를 이용한다고 해도 전쟁 이후 급등한 물류비용 때문에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항인 인천항 인근에는 수출하지 못한 중고차들이 쌓이면서 일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또 다른 수출업자는 "통상 선적 때까지 인천항 인근 주차장이나 공터에 차량을 뒀지만, 지금은 주차장과 공터에 차량이 넘쳐나는 바람에 인근 길가나 주택가에까지 수출 말소된 번호판 없는 차량이 즐비하다"고 전했다.
규모가 있는 기업도 중동전쟁의 여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직영 중고차 1위 케이카(381970)의 올해 1분기 경매 매출은 5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다. 수출 업자들이 매입을 줄이면서 경매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경매 대당평균단가(ASP)는 전년 동기 대비 1.0% 하락한 520만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렌터카 1위 롯데렌탈의 중고차 수출 사업은 39.6% 감소한 120억 원에 그쳤다. 롯데렌탈(089860)은 2024년 UAE 두바이 법인 설립 이후 중동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다만 수출 시장의 불안정성을 지난해 5월 진출한 중고차 소매(B2C) 사업으로 극복해 전체 중고차 매각 사업의 매출은 16.3% 증가한 2034억 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수출 시장 다변화와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영화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은 "중남미 등 중동 외 바이어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아프리카 등 미개척 시장에도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도 적재적소에 수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대외 환경 변화와 미개척 시장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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