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성능·상태 점검 책임보험, 퇴행은 절대 안 된다 [기고]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중고차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심한 대표적인 '레몬 마켓'(Lemon Market)이다. 판매자는 차량의 결함을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외관만으로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핵심 장치가 바로 국토교통부가 도입한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제도다.

불공정 거래와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던 중고차 시장이 선진형으로 탈바꿈하고 더욱 성장하는 시장으로 바뀐 일등 공신은 무엇보다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제도라고 하겠다. 물론 지역적으로는 아직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시장 개선은 더욱 요구된다.

이러한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제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험 미가입 점검자에게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려 책임성을 강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형해화(形骸化)하려는 법안이 발의돼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자동차 매매업자가 공제조합 공제에 가입할 경우 성능점검자의 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지난 20여년간 쌓아온 중고차 시장의 신뢰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위험한 시도다. 즉 성능 점검은 매매와 별개로 객관적으로 중고차를 진단·평가하고, 진단업체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진단업체는 책임을 지고 객관성과 정확성을 유지하라는 뜻이고, 소비자에게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핵심적인 장치다.

2005년 이전, 중고차 매매업자가 자신이 파는 상품을 직접 점검하던 시절의 폐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셀프 점검'은 객관성 결여로 이어졌고, 소위 '백지 성능 점검표'가 난무하며 소비자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에 2019년 도입된 책임보험 의무화는 부실 점검 시 점검자가 직접 배상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자기 책임 원칙'을 강화한 완성형 모델이다. 책임과 능력이 없으면 시장에서 빠지라는 뜻이고, 높은 비용이 수반되는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 목소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전 중고차 매매단지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이번 개정안의 주요 명분은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책임보험과 중복 보증에 따른 소비자 부담 가중'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가 왜곡된 잘못된 주장이다. 현행 구조는 의무인 '기본 보증'(성능점검 책임보험, 1개월 또는 2000㎞ 내 하자를 저비용으로 보장)과 선택인 '연장보증'(공제조합 EW, 기본보증 종료 후 구간을 보완하는 상품)의 2단계로 명확히 구분된다. 즉 소비자는 저렴한 기본 보험으로 필수 보호를 받고, 필요에 따라 연장보증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 둘을 동일 상품인 것처럼 포장해 의무 보험을 면제하려 한다.

공제조합의 자동차 연장보증공제(EW)는 현재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책임보험의 보증기간이 끝난 이후 구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장 보증상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2024년 8월~202년. 7월)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보험료 3억 2810만 원, 계약 건수 3107건, 지급 보험금 4억 9710만 원, 손해율 151.5%(경과 손해율 200% 초과) 등으로, 참여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2025년 갱신 시 현행 조건 유지를 거부할 정도로 손해율이 악화한 상황이 보고돼 있다. 자체적인 역할조차도 한계가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선진국 시스템만 살펴보더라도 점검과 보증의 독립성을 엄격히 분리한다. 독일의 '사용자동차 보증보험'(Gebrauchtwagengarantie)은 점검 주체와 보증 주체를 분리해 상호 견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독립적인 역할을 분담하면서 상호 간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이다. 미국도 '레몬법'(Lemon Laws)과 연계된 성능 인증 시스템은 제3자 인증을 통해 판매자의 개입을 차단한다. 이웃 나라 일본은 전문 사단법인이나 민간 보증회사가 독립적으로 성능을 인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구조로 시장 신뢰를 유지한다. 즉 주요 선진국의 관련 제도는 역할을 나누고 각각의 독립성을 통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점검은 성능점검자가 하는데, 보증 책임은 이해관계자인 매매업자의 공제가 대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거처럼 성능점검자가 매매업자의 눈치를 보느라 차량 결함을 묵인하게 되는 '구조적 유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성능점검자에 대한 행정적 통제 수단이 사라져 법체계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또한 공제조합이 기본 보증과 연장 보증을 통합한 고가의 상품을 사실상 강제하게 되면 소비자는 지금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급하게 될 수 있다. 잘 진행되고 자리매김하고 있는 기존의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정안은 사후 보상에만 매몰돼 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사전 고지'라는 제도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 특정 단체의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소비자 보호의 근간인 '자기 책임 원칙'과 '독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과거의 불투명한 시장으로 퇴행하려는 이번 개정안을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현행 책임보험 체계를 더욱 공고히 유지해야 한다. 법은 시장의 편의가 아닌 국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도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재고를 국회에 권고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국회의 인식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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