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전국 어디서든 단일가격 '기대 반 우려 반'…수입차 표준 될까

'직판제' 시작 최저가 찾아 삼만리 '끝'…연말 '폭풍 할인' 사라져

2022년 5월 서울 시내의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 모습(자료사진). 2022.5.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오는 4월부터 딜러사를 통한 간접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판매 방식으로 본격 전환한다. 딜러사가 갖고 있던 가격 결정권을 벤츠 코리아로 이관해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가격에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서다.

딜러사들은 재고 부담에 따른 출혈 경쟁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앞으로 과거와 같은 두 자릿수 할인율은 경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 2위 벤츠 코리아의 직판제가 새로운 업계 표준이 될지 주목된다.

가격·재고 관리 권한, 딜러사→수입사로…수입사, 딜러사에 중개 수수료 지급

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 코리아는 최근 전국 11개 공식 딜러사와 새로운 차량 판매 방식인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기존 딜러사별로 상이했던 차량 가격 및 재고 관리 구조를 통합해 전국 어느 전시장에서든 벤츠코리아가 책정한 단일 가격으로 판매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리테일 오브 더 퓨처는 4월 13일부터 공식 시행된다.

현재는 판매 법인이자 공식 수입사인 벤츠 코리아가 차량을 국내에 들여오면 딜러사가 이를 도매로 구입한 뒤 매달 할인율을 정해 소비자들에게 소매 판매하는 형태다.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도 이러한 간접 판매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리테일 오브 더 퓨처에 따라 딜러사들은 수입사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을 소비자들에게 위탁 판매한 뒤 벤츠 코리아로부터 소정의 중개 수수료를 받게 된다. 정확한 중개 수수료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023년 직판제가 도입된 영국에선 벤츠 수입사가 딜러사에 약 5%의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더 뉴 메르데스 벤츠 AMG GT가 공개되는 모습(자료사진). 2025.4.3/뉴스1 ⓒ 뉴스1 김명섭 기자
딜러사·영업사원별 '천차만별' 가격 일원화…딜러사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

벤츠 코리아가 소매 판매에 관여하는 이유는 수입차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천차만별인 소비자 판매 가격을 일원화하기 위해서다. 딜러사들이 앞다퉈 가격 경쟁에 나서다 보니 딜러사마다 매달 할인율이 상이했다. 여기에 더해 실적이 필요한 딜러사 영업사원들은 자신의 판매 수당을 깎아가며 딜러사 공식 할인과 별개로 소비자들에게 추가 할인을 제공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차량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할인율이 좋은 딜러사와 영업사원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러나 직판제 시행에 따라 소비자들은 이제 발품을 팔지 않고도 전국 어느 매장을 가도 동일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딜러사 입장에선 직판제 전환 시 재고 부담이 사라져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벤츠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2024년 영업손실은 648억 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위 딜러사인 HS효성더클래스는 2024년 139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년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2022년 666억 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딜러사 연말 재고 정리용 '할인 폭탄' 끝?…벤츠 코리아 "할인 정책 계속할 것"

다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직판제가 안착하면 할인율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동안 연식 변경 모델이 출시되는 매년 연말 딜러사들이 구형 모델 재고를 밀어내기 위해 10% 넘게 할인하는 경우가 잦았다.

벤츠 준대형 세단 'E 클래스'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오 모 씨(36·여)는 "직판제가 시행되면 딜러사와 영업사원들이 예전처럼 할인 경쟁을 벌이지 않을 것 같다"며 "구매를 서둘러야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격 할인이 없는 '노 세일' 정책을 고수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벤츠 코리아의 설명이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딜러사 자율에 맡겼던 할인 정책을 수입사가 관리하게 된다"며 "차량 수급 현황에 맞춰서 할인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차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할인을 아예 없애는 건 현재로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벤츠 코리아는 직판제 안착을 위해 지난 2년간 11개 공식 딜러사들과 협의를 이어왔다. 직판제 시행에도 차량 상담 및 계약은 계속해서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이뤄진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직판제로 간다고 해서 딜러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객과 만나는 첫 번째 접점에 딜러사 영업사원들이 있다는 점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6월 제주 '엠버 퓨어힐 호텔 앤드 리조트'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개최한 '2025 벤츠 드림 라이드' 시승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자료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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